글로벌 주요 은행 "내년에 엔화 가치 더 떨어진다" …달러당 120엔대 전망
전문가, 수출기업 비상 지원대책 마련해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내년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엔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리고 있어 외환건전성,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달 31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발표되자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엔저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내년 3분기의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달러당 기존 110엔에서 120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내년 3분기 전망치를 종전 114엔에서 120엔으로, 캐나다의 내셔널 뱅크 파이낸셜은 내년 4분기 전망치를 종전 112엔에서 120엔으로 각각 높였다. 웰스파고는 내년 4분기 전망치를 종전 110엔에서 119엔으로 조정했다.
앞서 BNP파리바는 이미 지난 9월부터 내년 3분기 엔·달러 환율을 120엔대로 예상해다.
원·달러 환율도 양적완화 종료에 미국의 달러화 강세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3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달러당 1031원에서 1127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 전망이 맞더라도 내년 3분기 원·엔 재정환율은 939원으로 떨어진다. 더욱이 경기부양을 위한 일본의 양적완화가 내년에 추가로 단행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HSBC는 "단순히 양적완화 확대만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이런 전망이 가시화되면 내년 2분기 중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엔저는 미국이 용인했다는 점에서 종전 엔저와 다르다"고 언급한 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일본 제품보다는 한국 제품이 선호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접근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상황도 안 좋아지다 보니 수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 당국이 대응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을 통해 원엔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유일한데, 금리 추가 인하를 통해 고환율 정책을 쓰는 데 대한 반감이 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섣불리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