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의 고향은 경북 의령이며 첫 사업인 정미소를 운영했던 곳은 경남 마산이다. 지금의 삼성의 토대가 된 삼성상회의 근거지는 대구다.
롯데 신격호 회장은 지금의 울산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성공한 신 회장은 1960년대 후반부터 국내 사업을 시작했고 부산을 거점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한화그룹 창업자인 김종희 회장의 고향은 충남 천안이다. 현재 대전과 천안에는 한화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이 '타임월드' '센터시티'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한진그룹 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운송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은 인천이고 LG의 주요 계열사들이 포진한 도시는 충북 청주다.
국내 벤처·IT기업사에 한 획을 그은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연구·연수시설을 갖춘 네이버산업단지를 확보했고 다음카카오는 제주에 본사가 있다.
삼성-대구·경북, 현대차-광주, SK-대전, LG-충북, GS-전남, 롯데-부산, 한화-충남, 한진-인천, 두산-경남, 효성-전북, CJ-서울, 현대중공업-울산, KT-경기, 네이버-강원, 다음카카오-제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내 각 지역과 커플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지역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개설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각 기업이 특정 지역과 연을 맺은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룹의 발원지이거나 초창기 주요 활동무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 롯데, 한화, KT는 국내 프로야구 지역 연고와도 일치한다.
지역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기업과 정부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우선 기업의 경우 이미 해당 지역에서 '향토기업'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 지역민들의 원활한 협조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정부도 각 지자체와 손잡고 법인세, 지방세 등을 낮춰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면 추가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관건은 기업의 자율성이 어디까지 확보되느냐다. 정부가 지역 창조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기업에 인력, 시설 등 투자 규모는 물론 성과에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애정어린 충고와 관심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장'과 관련된 일은 전적으로 기업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