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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공헌

[사람이야기]'방화동 마이클잭슨' 이철희 "봉사하는 삶 행복해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송화초등학교 앞 신호등. 밀린 차량과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옷의 아저씨가 있다. 춤을 추며 지휘를 하듯 힘찬 손짓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키 150cm의 '작은 거인' 이철희(69)씨다. 그는 30년 넘게 강서구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며 '방화동 마이클잭슨' '방화동 빨간옷 아저씨' '방화동 봉사왕'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방화동 마이클잭슨' 이철희씨는 아침마다 교통정리 봉사를 하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손진영기자



◆ 주체할 수 없는 끼! 방화동 마이클잭슨

이철희씨는 방화동의 시민 자원 경찰로 매일 아침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에게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차량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춤추는 듯 한 손짓과 호각소리로 교통정리를 하는 그의 수신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서고, 움직였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아침을 여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한 번에 뻥 뚫린 느낌이었다.

'작은 거인'으로 2007~2008년 KBS1 '아침마당'에 출연했고, 개그맨 이경규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칭찬합시다'의 147회 주인공에 뽑히는 등 이미 여러 번의 TV 출연을 통해 이 지역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역 봉사를 통해 대통령상, 내무부장관상 등 수많은 표창도 받았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거나 알리려고 한 일은 아닌데 많은 상을 받아 부끄럽기도 하죠. 그냥 한 줌 부끄러움 없는 진실한 삶을 살고 갔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 고희 바라보는 '작은 거인'

머리카락도 까맣고 체구는 작지만 목소리가 우렁차, 조만간 '고희'를 바라보는 어르신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선행' '덕행' '실행' '사랑'이라는 문구가 머리맡에 적혀 있었고, '깔끄미 자원봉사대 회장' '푸른신호등 자원봉사대 회장' '한울 자원봉사대 회장' '한사랑 자원봉사대 고문' 등 수많은 봉사단체의 이름이 나열돼 있었다.

깔끄미 자원봉사대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시행하던 초기에 결성됐다. 당시 주민들은 쓰레기를 아무 봉투에나 담아 옆집, 하수구 등에 버려 길거리는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그는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쓰레기를 치웠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고 홍보했다.

"참 욕도 많이 먹었어요. 돈 주고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담으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죠. 사실 초기만 해도 종량제 봉투 가격이 너무 비쌌거든요"

이철희씨는 주민 홍보와 함께 구청 등도 찾아다니며 봉투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민관이 서로 조율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종량제 봉투가 정착하는데 일조를 했다.



◆ 봉사하는 삶 도와준 아내 "사랑해요"

교통정리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50년 전 하나 밖에 없는 누이가 당한 뺑소니 교통사고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였던 누이는 사고 당시 너무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3년 넘게 병원에서 생활하며 누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후유증에 고생하며 10년간 병원 생활을 한 거 같아요. 집에 있던 재산은 병원비로 탕진했죠. 하지만 지금 누이가 자식들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또 저를 믿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볼 때 마다 행복하구요"

문영혜 송화초등학교장은 "이철희씨 덕에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 모두 등교길이 행복하다"며 "학생들 인성 형성에도 많은 보탬이 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만간 막내 녀석이 아이를 낳아요. 손자만 다섯인 데 막내 녀석한테 이번에 손녀를 낳으면 커다란 선물을 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인생이란 것이 참 행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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