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대중 수출 탄력…부가가치 비중에 제외될 가능성도"
철강 "고부가 제품 수출 증가…저가 공세는 가속화될 우려"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에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석유화학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1∼5월 대중국 무역에서 석유제품 21억 달러(전체 수출액의 3.6%), 석유화학제품 87억 달러(15.6%)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된 석유제품의 18%,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으로 갈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FTA 타결로 석유화학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사라질 경우 가격 경쟁력이 한결 올라갈 전망이다.
중국은 그간 국산 업스트림 석유화학제품(에틸렌·벤젠 등 기초유분과 파라자일렌(PX) 등 중간원료)에 대해 2%, 다운스트림(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 제품에 5.5∼6.5%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이 관세가 철폐되면 연간 무역수지가 15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막판에 원산지 규정 강화를 제안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원재료나 부품을 수입해 한국에서 가공하는 경우 국내에서 생산한 부가가치의 비중이 품목별로 60%를 넘어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생산 부가가치의 비중이 35% 이상이면 한국산으로 인정한 한미 FTA보다 대폭 강화된 수치다.
60% 안이 확정되면 원가의 50% 이상을 수입 원유가 차지하는 석유화학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관세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정제설비를 증설해 자급률을 키우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산이 추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부가가치 비중에 따라 관세 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미 대부분의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철강생산 국가로 공급 과잉의 근원지인 중국이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철강 유통망으로 보폭을 넓히면 국내 시장을 더욱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1902만7000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7%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은 58.7%에 이르는 1117만5000t으로 37.1% 급증했다. 중국산의 수입단가는 t당 730달러로 전체 수입물량의 평균 단가 911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은 공급 과잉과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2015년까지 철강제품의 국산화율 90% 달성, 잘 부식되지 않는 선박용 특수강이나 차량·열차용 고강도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자급률 80% 달성 등 기술·제품 혁신을 병행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물리는 관세는 3∼10%로, 이를 단계적으로 없애면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중국 제품이 워낙 싸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는 아직은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중국 현지공장에서 자동차용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실적을 내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기술 향상을 이뤄가고 있다. 국내 업체는 기술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로 중국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