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꿈꾼다
5년 만에 메가폰 잡은 '해운대' 윤제균 감독
"부담 없다면 거짓말, 사명감·진심 담아 만들었다"
부산의 재래시장인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이 12월 극장가에 감동과 눈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11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다시 잡고 5년만에 돌아왔다. 배우 황정민을 필두로 김윤진·오달수·정진영·장영남·라미란·김슬기 등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윤 감독과 배우들은 10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국제시장' 제작발표회 자리를 마련해 영화에 대한 소개와 촬영 중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이번 영화는 출연 배우부터 촬영·조명·음악·의상 등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이 최강의 팀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체코, 태국 등의 로케이션 촬영도 많았다. 윤제균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인복이 참 많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부터 생각했던 배우들이 모두 흔쾌히 참여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특히 당시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이었던 정진영 선배가 캐스팅 막바지에 함께 할 수 있다고 해 감사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정진영의 캐스팅을 위해 당시 부산에 묵고 있던 그의 숙소를 직접 찾았다. 이에 정진영은 "당시 다른 작품을 하고 있었는데 심정적으로 동시에 두 작품을 하는 것이 좀 그랬다. 윤 감독과 만나 얘기를 해보니 마음이 움직였다. 작품에 대한 진정성과 나를 찾아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 감독은 '해운대'에 이어 이번에도 부산을 무대로 관객을 찾는다. 부산은 윤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국제시장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역사의 현장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었다.
윤 감독은 "처음부터 시장을 배경으로 할 생각이었다. 부산은 그 다음이었는데 지금 사는 곳이기도 하고 어렸을 적부터 잘 알고 있던 곳이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시 피난민들이 만들었던 시장이다. 지금도 가보면 마트나 편의점과는 다른 시장만의 느낌이 살아 있다"고 부산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시장'은 지금을 살고 있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덕수'의 일대기를 통해 가장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를 '대한민국의 역사'로 표현한 김윤진의 말처럼 '국제시장'은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케 한다. 특히 배우들은 함보른 광산 신을 단연 최고로 꼽았다. 1963년 우리의 아버지들은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지하 1000m 밑의 갱도로 들어가 작업을 했다.
윤 감독은 "실제 체코에 있는 탄광을 찾았는데 '여기서 과연 촬영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특수 탄광 세트도 만들었는데 이런 곳에서 3년을 일한 분들이 촬영 내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배우들도 불평 하나 없이 진심을 담아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극 중 황정민의 부인인 '영자' 역을 맡은 김윤진은 "당시 한국의 여성들은 간호사로 현장에 투입돼 가장 밑바닥 일을 힘들게 했었다. 대부분 시체를 닦는 일을 했다고 하더라.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 이야기라 자연스레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린 참 많은 복을 받고 편하게 살고 있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윤 감독에게는 이번 작품이 부담이다. '해운대'의 대박 이후 5년 만에 다시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촬영 기간을 오래 뒀고 예산도 해운대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윤 감독은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윤 감독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예산 역시 해운대 보다 많이 들었다. 약 140억원,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180억원은 넘을 것 같다. 투자에 따른 남의 돈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에 부담을 갖지 않는 감독은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신뢰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된다는 사명감이 우선이다. 돌아가신 아버님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만든 영화인데 그분들한테 실망을 드리면 안된다. 나와 배우를 찾는 젊은 관객들에게도 실망을 주면 안된다. 머리 쓰지 않고 가슴으로 만들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하며 진정성을 담은 영화임을 강조했다. 영화는 오는 12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