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주유소 줄도산 원인 경쟁중립성 확보해야"…조세재정연구원 보고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이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해치는 대표적인 공공기관 사업으로 지목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7일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장실패를 보완하거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사업의 경쟁중립성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공공기관 8개 사업을 분석한 뒤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검사,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 한국표준협회의 교육사업 등 4가지는 경쟁 중립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이 공익 제고를 목적으로 정부사업을 대행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만큼 공정경쟁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알뜰주유소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주유소 시설전환 자금의 정부 지원, 알뜰주유소에 대한 세제지원, 기존 석유공사 시설의 무상 또는 저가 활용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때 시행된 이 정책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역행하면서 최근 문을 닫는 민자 주유소가 급증한 것의 주된 요인이 됐다. 민자 주유소는 ℓ당 50~100원의 세금 혜택을 받는 알뜰주유소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마진을 낮추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전국 등록 주유소 수는 1만2998개로 전달(1만3014개)보다 16개 감소했다. 1만3000개 이하로 떨어진 건 2008년 말 이후 처음이다. 특히 휴업주유소가 432개에 달해 주유소 휴업률이 역대 최고인 3.32%을 기록했다. 이는 알뜰주유소가 들어서기 전인 2011년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또 알뜰주유소 사업은 유일하게 적정 이익률을 가격산정 기준으로도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제로(0), 또는 0에 가까운 작은 수익만을 발생시키고 있다.
허경선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적정 이윤을 가격에 산정하지 않는다면 시장결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 교란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하며 "알뜰주유소 도입 취지가 석유가격 인하이기 때문에 높은 이윤을 취하는 것이 부적합하기는 하지만 시장보다 지나치게 낮은 이윤을 취하는 것 역시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민간기업의 시장과점 문제를 해소하면서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알뜰주유소를 통한 시장개입을 중단해야 하고, 민간과의 경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