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대표 이원구)이 국내 최초로 원료형 동결건조(FD,Freeze-Dried) 커피를 해외에 수출하게 됐다.
남양유업은 17일, 이달 초 폴란드의 인스탄타社와 약 1000만 불 규모의 원료형 FD커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결건조 방식은 국내에서 남양유업과 동서식품 등 국내 2개 제조사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단 15개 국가만이 생산하고 있어 커피 업계에선 고부가가치 기술로 통한다.
이번에 남양유업과 계약을 체결한 인스탄타社는 2000년에 설립됐다. 폴란드 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중동·미주·일본 등 전 세계에 걸쳐 커피를 납품하고 있는 인스턴트커피 제조회사이다.
계약 물량은 연간 500t(톤) 규모다. 남양유업 커피공장 연간 생산능력의 15%에 해당하는 양으로, 약 3억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남양유업 측이 지난해 11월 나주에 커피공장을 완공한 이래 첫 대규모 수출성과라는 것이다.
순수 국내 자본인 남양유업이 해외 커피시장 가운데 진출이 어려웠던 유럽 커피시장의 벽을 허문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유럽 커피시장은 커피 산지인 남미와 함께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커피 수출은 커피믹스 완제품을 해외 한인시장에 소규모로 수출하거나 해외 계열사에 원료형 커피를 공급하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 원료형 거래에 있어서는 더욱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적용하는데, 이 때문에 기술력이 우세한 유럽이나 커피 산지인 남미 제조사들이 시장을 장악해왔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은 지난해 2000억원을 투자해 전라도 나주에 커피전용공장을 준공하는 등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금액도 매년 늘려오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해외 시장 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원하는 뉴욕·파리 국제 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의 품질을 알리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이 자리에서 해외 바이어들은 샘플 평가를 통해 유럽이나 남미 제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품질과 향이 뛰어난 것에 놀라며 강한 거래 의사를 표명해 왔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측은 세계수준의 첨단설비를 통한 차별화된 품질력과 '아로마 리커버리'라는 향 보존 설비를 통한 풍부한 커피의 풍미가 해외 바이어들을 매료시켰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수출 계약을 통해 세계 커피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아시아·남미 등 전 세계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 이원구 대표는 "커피 원산지가 아닌 한국 땅에서 만들어진 커피가 유럽 등 커피선진국으로 역수출된다는 점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며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한국 커피의 우수성을 알려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