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 간 재송신료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18일 방통위에 따르면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방송업계는 지상파 재송신료 분쟁을 놓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 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에도 지상파 3사는 12월 말 지상파 재송신 협상이 만료되는 티브로드와 CMB를 대상으로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유료방송업계 측은 현행 280원인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더이상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40% 이상 증가한 400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또다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또다시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 간 재송신료 분쟁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재차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방통위가 나선 것이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방통위는 양측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직권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블랙아웃 발생 시에는 방송재개를 강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만일 이를 따르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다만 재정제도의 경우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범위가 축소됐다. 앞서 올해 개최된 '2014 브라질 월드컵'이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추가 재송신료를 요구하며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이 경우 방통위가 나서서 직권으로 재송신료 협상을 조정하면, 일정 기간 내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만 불복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와 지역 민영방송은 강력 반발에 나섰다.
MBC, KBS, SBS 등 지상파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율적인 방송사업자간 거래를 무시하는 방통위의 악성 방송법 개정안을 전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상파방송 및 유료방송의 입장차이가 분명하고 방통위 내부 상임위원들조차 이견을 보였던 사안임에도 불합리한 의결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방통위는 방송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방송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법원의 판결과 같은 재정제도에 집착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방통위가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시장의 거래질서를 황폐화하는 제도라고 역설했다.
지역민방 9개사로 구성된 지역민방협회는 "지역민방에게 있어서 재송신료는 중앙집중적 방송환경으로 인해 극심한 재원 부족 상황에서 고품질의 지상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원 가운데 하나"라며 "방통위가 일부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한다면 지상파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지역 민방의 제작물량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송신료 분쟁 개입을 이유로 지상파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오히려 지상파는 스스로도 반성하는 자기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