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악화로… 추후 재추진 가능성
플랜트 연구·설계 협업체제는 계속진행
'육상과 해상 플랜트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다음달 1일 합병하려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주식매수 청구권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한 금액은 총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원을 넘어섰다. 또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235억원으로, 양사가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려 1조6299억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의 여파로 최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보다 하락하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합병 해제를 결정했다.
이로써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25조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 플랜트 회사로의 도약하려는 삼성중공업의 목표는 일단 좌절됐다. 삼성중공업은 당장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 프로젝트'의 공정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인력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합병을 전제로 세워뒀던 내년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다. 또 글로벌 조선, 플랜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위기타개 방안 없이 실적부진을 계속 안고가야 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안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전자·금융 계열사에서 중화학·건설 계열사로 확대하려는 사업재편 구도에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합병 무산에도 양사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당초의 합병 취지를 살려 플랜트 설계의 협업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와 서울 서초사옥에 나눠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분야 설계, 연구개발 인력을 삼성엔지니어링의 서울 상일동 본사와 20분 거리에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R&D센터에 입주시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에 합병이 무산됐다고 해서 합병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