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가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를 놓고 반 KT 진영과 KT 간 극심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과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등 비쟁점법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21일 38개 안건에 대한 법안 상정은 모두 마친 상황이다.
국회가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료방송업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법안은 쟁점법안으로 분류됐다. 미방위는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법안은 비쟁점법안 처리 이후인 26일, 또는 다음달 초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유료방송업계는 미방위 법안소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반 KT와 KT 간 합산규제 법안은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과 IPTV법에서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특정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성방송은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케이블TV와 IPTV는 모두 가입자 상한선이 존재하지만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하고 있는 KT그룹은 무제한 가입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KT가 서비스하고 있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때문에 제기됐다. OTS는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서비스로, 이를 IPTV로 보느냐 위성방송으로 보느냐에 따라 규제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KT계열 가입자는 731만명(IPTV 537만, 위성방송 194만)에 달한다. 이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27.7%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6월말(560만) 대비 2년 새 시장점유율이 2.9%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약 2018년 33%의 시장점유율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가입자가 하락하고 있는 케이블업계는 이 같은 KT의 상승세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통신 지배력을 이용한 결합상품 마케팅을 통해 방송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특히 KT의 경우 OTS를 앞세워 천문학적 마케팅비를 투입하며, 약탈적 마케팅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규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마케팅비 과다 지출로 인한 요금 출혈 경쟁이 우려된다"면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블업계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케이블·IPTV·위성방송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범위 내에서 봐야 한다며 합산규제 법안에 찬성, 반 KT 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KT 관계자는 "OTS는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개발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라며 "케이블의 하락과 전체적인 IPTV 시장의 상승세는 고객들의 서비스 평가에 따른 시장의 흐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속된 고객 서비스 강화를 기반으로 마련된 고객의 선택권이 정부 규제로 인해 제한되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경쟁 체제를 통해 업계간 경쟁을 부추겨야만 고객 서비스 강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OTS 서비스 뿐 아니라 세계 최초 UHD 셋톱박스 출시처럼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한 KT의 노력을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