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신창재 회장, 금융지주사 꿈 '물거품'되나…우리은행 입찰 이틀 앞 참여 결정 못해 사실상 '무산'
-교보생명, 저금리 기조속 추가 구조조정설로 '사면초가'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의 오랜 '꿈'인 우리은행 인수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을 포함한 예비입찰마감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가운데 현재까지도 인수전 참여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린 이사회 경영위원회(이하 경영위)에서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18일 인수전 참여를 결정하기로 한 정기이사회가 결정을 유보하고 경영위에 위임해 진행됐다.
신 회장은 줄곧 우리은행의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1월 신 회장은 '2014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각 조건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의 뜻에 따라 교보생명도 이 후 정부가 지난 6월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확정하자 "인수 여부를 구체적인 검토하겠다"며 인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에게 우리은행 인수는 금융지수사로 나아가기 위한 오랜 '꿈'으로 바라봤다.
교보생명이 지난 9월 말 기준 253조7738억원의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교보생명(77조9700억원), 교보증권(6조7000억원) 등 6개 금융계열사를 합쳐 340조원의 대형 금융지주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이는 현재 신한금융지주(335조)를 웃도는 자산이다.
또 교보생명은 전국에 포진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점을 방카슈랑스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은행 고유 기능인 수신, 수수료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가능하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주력사 교보생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도 우리은행은 매력적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기준금리가 2%로 하락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6월 48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매해 희망퇴직을 받아왔지만 이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은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교보생명노동조합은 사측이 '원격지 발령', '부진자 교육' 등을 하며 압력을 가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어 연말에도 창업휴직제를 선택한 80여명의 시한(6개월)이 다가오면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창업휴직제를 선택한 이들 직원은 대부분 내달 중순 복직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나, 사실상 감원 대상으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경영권 예상 인수자금인 3조원(프리미엄 포함)을 조달하기 위해 프랑스 악사(AXA)그룹을 비롯해 사모펀드(PEF)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폈다.
현재 신 회장이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3000억원 안팎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무리해서라도 우리은행 인수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이후 신 회장은 "교보생명이 그렇게 억만금을 주고 우리은행을 꼭 사겠다는 뜻은 전혀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급선회했다.
태도 변화의 주된 요인은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은행'을 대주주가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당국은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특혜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지분 4%)하고 있어 개인 대주주에게 매각할 경우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 큰 논란이 제기될 것이란 판단이다.
경쟁입찰 방식도 신 회장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경쟁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는다.
최근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안방보험도 입찰참여가 불투명하고,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인 새마을금고도 경영권에는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간 적극적으로 우리은행 인수에 뜻을 밝힌 것은 최근 주력사인 교보생명의 수익구조 악화에 따른 신사업 발굴이 주 요인 중에 하나지만 당국의 부정적인 입장과 유효경쟁 무산 등 악재가 산재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입찰을 이틀 남겨 놓은 상황에서도 인수전 참여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인수를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입찰 참여를 결정하기로 한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추가적인 경영위 소집을 통해 입찰 전까지 인수전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려와 달리 창업휴직제를 선택한 80명의 경우 12월 내 복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적인 인력감축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