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본사 앞에서 직원들에 호소문…노조 27일 오후 4시간 파업 예고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26일 오전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이 "회사가 정상화되고 다시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사장은 26일 오전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며 전 직원이 힘을 합쳐 현대중공업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자고 호소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호소문을 통해 "최근 회사가 매우 어려운 경영상황에 직면해 있다.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단을 비롯해 많은 임원들이 물러났고,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의 대표 업종인 조선의 경우 공사할 때 필요한 인원수를 나타내는 '공수(工數)'가 경쟁사보다 많이 발생해 최근 입찰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며 "이것은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이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고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약 6~7%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회사는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래에 대비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 3사가 보유한 주식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부채비율을 낮춰 우리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금융기관이나 국민에게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25일 사모펀드를 통해 보유한 1111억원 규모의 한전기술 지분 4.69%(179만2220주)를 매각했다.
임단협과 관련해서 권 사장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며 "하지만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은 회사손실만 늘어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회사가 반드시 재도약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목표를 갖고 있다"며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 노사는 25일까지 51차 임단협 교섭을 열었지만 회사는 추가 임금인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달 5일 49차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 + 300만원 지급을 최종 제시하고 노조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노사는 26일에도 협상할 예정이지만 회사의 임금인상 추가 제시안이 없어 합의점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