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이슨 므라즈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7월 말매한 정규 5집 '예스(YES!)' 발매 기념 콘서트 '언 어쿠스틱 이브닝 위드 제이슨 므라즈 앤드 레이닝 제인'을 열었다. 이날 므라즈는 '셀카봉'을 꺼내 공연을 함께 한 레이닝 제인 멤버들과 사진을 찍었다. /제이슨 므라즈 트위터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는 듯 싸늘한 바람이 불던 25일 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수 제이슨 므라즈(37)의 내한공연장에는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므라즈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7월 발매한 정규 5집 '예스(YES!)' 발매 기념 콘서트 '언 어쿠스틱 이브닝 위드 제이슨 므라즈 앤드 레이닝 제인(An Acoustic Evening with Jason Mraz and Raining Jane)'을 열었다.
이날 오프닝 무대는 4인조 여성 포크록 밴드 레이닝 제인이 맡았다. 이들은 '오 송(Oh Song)' '스토밍(Storming)' '어퍼시트 오브 블루(Opposite of blue)'를 부른 뒤 "미스터 제이슨 므라즈와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페도라 모자를 쓰고 기타를 둘러 맨 채 등장한 므라즈는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이날 공연에서 므라즈는 앞서 내한 공연만 일곱 차례를 치른 '한국 관객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해외 스타들이 한국을 찾지만 므라즈 만큼 한국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가수는 보기 드물다. 므라즈는 공연 내내 "같이 불러요" "사랑해요" 등 어눌한 발음이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한국말로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첫 번째 곡은 '송 포 어 프렌드(Song for a friend)'와 '긱 인 더 핑크(Geek in the pink)'를 합친 '송 포 어 긱(Song for a Geek)'이었다. 감성을 어루만지는 므라즈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퍼지다 비트가 빠른 '긱 인 더 핑크'로 분위기가 전환되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이어 '라이프 이즈 원더풀(Life if wonderful)'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연달아 노래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히트곡 '럭키(Lucky)'가 흘러나오자 객석은 야광 응원봉으로 넘실거렸다. 레이닝 제인의 드러머 모나 타바콜리는 야광봉을 보고 "유니콘 같다"고 표현했다. 므라즈는 관객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기 위에 차례로 왼편과 오른편 객석에 다가가 노래했다.
이날 므라즈와 레이닝 제인은 곡이 바뀔 때마다 어쿠스틱 기타·베이스·첼로·우쿨렐레·실로폰·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바꿔 들었다.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사운드는 커다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들 뒤로 펼쳐지는 영상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넓고 푸른 대지 등 180분의 공연 시간 내내 펼쳐진 영상은 자연을 사랑하는 므라즈의 세계관을 반영했다.
므라즈는 '바텀 오브 더 시(Bottom of the sea)'를 부르기에 앞서 "뒤에 보이는 영상은 모나와 함께 남극에 여행 가서 직접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속 바다사자를 가리키며 "내 고양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영상 속 므라즈와 모나는 남극을 배경으로 '바텀 오브 더 시'를 불렀다. 영상에 소리는 없었지만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노래와 영상 속 두 사람의 입 모양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며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연출됐다.
약 20분의 휴식 시간 뒤 공연은 다시 막이 올랐다. 므라즈는 한국말로 "다시 봐서 좋아요"고 말했다. 2부에서 므라즈는 멘트를 줄이고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러브 섬원(Love Someone)' '플레인(Plane)' '93 밀리언 마일즈(93 Million miles)' 등을 연이어 불렀고 객석에서는 이따금씩 외마디 탄성이 이어졌다. 공연이 후반부를 향해 갈 때쯤 '아임 유어스(I'm yours)'가 시작됐다. 므라즈는 같이 부르자고 제안했고 관객은 그와 함께 노래했다. 므라즈와 3000여 명 관객이 하나 된 순간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아이 원트 기브 업(I Won't Give Up)'과 '잇츠 소 하드 투 세이 굿바이 투 예스터데이(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였다. 내한 공연 투어의 마지막이었던 이날 공연이 끝나가자 므라즈는 '셀카봉'을 꺼내 들었고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므라즈는 이날 무대를 함께한 레이닝 제인 멤버들과 한 명씩 셀카를 찍으며 공연을 추억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쏟아지자 므라즈는 한국어로 "다시 만나요"라고 약속하며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