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평가 손실 장기화 조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하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정유사들의 손실 역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2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3.3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38달러 하락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원유 가격이 6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국내 정유사들은 계속된 유가하락으로 재고평가에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산 두바이유를 수입하는 데 이들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 데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취득가보다 한달 이후 시장가가 더 낮아 그만큼 손실을 떠안았다.
실제로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올해 2분기 배럴당 107.93달러에서 3분기 96.64달러로 내리자 SK에너지는 3분기 1400억원, 에쓰오일은 710억원의 재고손실을 떠안았다. 업계는 이러한 재고평가 손실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라 유가 하향 추세와 이에 따른 정유업계의 경영환경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장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내년 실적도 호전되리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제마진이다. 업체가 정제 과정을 거쳐 원유를 나프타·휘발유·경유 등과 파라자일렌(PX)·올레핀 등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하기까지는 30∼50일 정도가 걸린다. 유가 급락은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돼 하락세가 이어지면 업체는 과거 비싸게 산 원유 재고로 값 싼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두바이유를 기반으로 한 단순정제마진은 3월부터 마이너스(배럴당 -0.20달러)로 돌아서 8월 -2.40달러까지 내려갔다. 원유를 가져와 정제탑에 넣고 돌리는 순간 배럴당 2.40달러씩 손해를 입었다.
정유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 등 대외 변수의 급격한 변동 상황에 대비해 싱가포르, 두바이, 런던 등 해외지사를 활용,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했다. GS칼텍스도 원유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