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안정을 선택했다. 1일 실시한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그룹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유임시켰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재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3세 승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소폭의 사장단 인사에서는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시켰다.
삼성은 이날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을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등 총 11명 규모의 201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부근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자리를 유지했다. 대표이사 3톱 체제를 이어가는 셈이다.
◆3세 승계 위한 전략적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주도한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적주의를 가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오너가 3세의 승진이 없었다는 점에서 삼성의 '안정'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현 체제를 중심으로 그룹의 안정을 다지는 쪽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오너가 3세인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모두 제자리를 지킨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사위이자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이동한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수뇌부인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도 자리를 지킨다.
사장 승진자가 3명에 그친 것도 눈길을 끈다. 매년 6∼9명의 사장 승진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 이하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8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자를 포함한 사장단 내 자리 이동도 예년에 비해 5~7명 감소한 11명에 불과하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서 각 사업부문을 지휘하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도 유임됐다.
신종균 IM 사업부문장은 최근 중국 경쟁사들의 급부상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교체설에 휘말린 바 있다.
◆신상필벌 원칙 재확인
인사폭은 넓지 않았지만 성과주의 인사원칙은 그대로 적용됐다는 평가다.
삼성 TV를 8년 연속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려놓은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인 김현석 부사장,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낸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부사장, LCD 개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삼성디스플레이 이윤태 부사장이 모두 사장에 선임됐다.
이에 반해 수익성 악화로 실적이 저하된 IM부문 무선사업부에서는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장,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이 모두 물러난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삼성전자 등 많은 회사의 실적이 부진해 인사 폭을 예년에 비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지만 성과주의 인사 원칙은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은 부사장·전무·상무급 후속 임원 인사를 이번 주 계열사별로 발표한다. 후속 조직개편은 다음 주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