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셰일가스 vs OPEC 격돌…유가 하락에 美 적대국 이란·러시아 치명타
미국 버락 오바마와 러시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셰일가스로 촉발된 미국과 중동의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0년 이후 셰일가스를 생산한 미국은 혁명적인 '수평정 시추기술'과 '수압 파쇄법'을 개발하면서 하루 90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발 셰일가스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공급 과잉을 유발시키며 유가 하락을 불러왔다.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통해 유가를 조절하려고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었지만, 감산에 실패했다. 하루 95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하며 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반대하자 OPEC는 하루 3000만 배럴 생산 목표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는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을 무너뜨리고, OPEC의 시장 지배력을 재확인한 뒤 다시 고유가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OPEC 감산 실패 이후 유가는 추락을 이어가며 3일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선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킨 게임'이 된 이번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일단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OPEC 회원국들은 이번 싸움으로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재정이 빠듯한 베네수엘라나 이란은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OPEC 비회원국 인 러시아는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에너지 산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과거 고유가 시절 러시아는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기업과 금융회사를 거느리며 '푸틴의 아이들'로 불리는 패거리를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루블화가 9% 가까이 폭락했고, 외환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국채금리는 폭등했다. 지난해 초 6.5%대였던 러시아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현재 10.7% 선으로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이 금리가 7%를 넘으면 국가 부도 위험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미국의 셰일가스 회사들은 유가가 40달러 중반대까지만 형성돼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미국 정부의 지원사격도 큰 버팀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유의 신질서'라는 보고서에서 "OPEC는 원유 가격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고, 가격 결정력은 점차 셰일가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