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결국 또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러다 자칫 법안 자체가 '물거품'이 될 공산에 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합산규제 법안을 심사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해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과 IPTV법에서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특정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성방송은 제한이 없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케이블·IPTV·위성방송 등 모든 서비스를 유료방송으로 포함시켜 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산규제 법안의 내용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시 직접적인 피해자 입장에 처한 것이 KT다. IPTV 서비스와 위성방송 서비스를 함께 하고 있는 KT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시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미 IPTV와 위성방송, 결합서비스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까지 합해 시장점유율 30%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사업 확장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이 같은 이유로 합산규제는 'KT 규제법'이라며 반대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법안이 연기되자 KT는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3일 열린 미방위 안건처리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재차 합산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은 제조업하고 다르다"면서 "공정성이 중요한데 독점규제관련 특정사업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공무원이 너무 치우쳐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KT가 합산규제 법안 저지를 위해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유료방송 요금을 덤핑 가격으로 제공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KT동부산지사는 최근 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일부 아파트에 월 이용요금 6600~7000원대에 디지털유료방송을 제공하겠다는 지사장 명의의 제안서를 발송했다. 제안서에는 KT가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SMATV)를 구축하고, 개별계약 시 월 이용요금 6600원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1개 상품에 가입하면 거실, 안방 등 가정에 보유한 추가 TV에 대해서도 디지털방송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제안을 받은 곳은 거제동 ㅇ아파트, ㄷ아파트, ㅎ아파트 등 총 1000가구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사실 현재 유료방송은 TV 한 대당 셋톱박스 한 대를 연결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TV가 두 대면, 셋톱박스도 두 대 연결해야 하고 그만큼 요금도 커지는 셈이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KT의 제안은 평균 8000원의 유료방송을 6600원에 덤핑판매하면서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KT가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33%를 넘겨 향후 규제개선 논의 시 '3분의 1로 규제하면 멀쩡한 가입자를 강제로 해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서기 위한 속도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합산규제 법안은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일정상 올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