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2014 MAMA)'./CJ E&M
선후배 아티스트 함께한 화합의 무대
4관왕 엑소·3관왕 태양 상 휩쓸어
큰 기대만큼 아쉬움도 남았던 행사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2014 MAMA')가 6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AWE)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국내 최정상의 가수들은 물론 세계적인 팝스타 존 레전드도 함께 했다. 또 영화·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한류 스타들이 시상자로 나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날 공연 현장은 1만여 명의 관객으로 성황을 이뤘다. 또한 엠넷·유튜브·야후 재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2014 MAMA' 1부 마지막을 장식한 가수 아이유의 고 신해철 추도 무대./CJ E&M
◆ 선후배 함께 즐긴 '2014 MAMA'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케이팝(K-POP)을 선도하고 있는 2000년대 아티스트들과 한국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무대를 만든 점이었다. 가수 아이유는 이날 두 명의 선배 가수와 특별한 호흡을 맞췄다. 1부 마지막에 등장한 아이유는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로 고인을 애도했다. 이어 3부 오프닝 무대에서는 서태지와 함께 '소격동' 무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서태지는 아이유에 이어 래퍼 바스코, 블락비의 지코와 함께 자신의 히트곡 '컴백홈'을 재해석해 선보였다. 갱스터랩 장르의 '컴백홈'은 이날 공연에서 록 사운드가 가미된 색다른 느낌으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승철은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윤은혜와 '그날에'를 불렀다. 남북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곡이자 지난달 9일 이승철의 일본 입국 거부 사건으로 독도 지킴이 송으로도 유명해진 노래다.
'2014 MAMA'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그룹 엑소./CJ E&M
◆ '4관왕' 엑소·'3관왕' 태양
이날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아티스트는 엑소였다. 엑소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 본식에서 '남자그룹상' '아시안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인 아시아' '올해의 앨범' 등 총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엑소는 2012년 시상식에서는 신인상을, 2014년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바 있다. 3년 연속 수상에 성공한 엑소는 "수상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빅뱅의 태양은 솔로 앨범 '라이즈'의 타이틀곡 '눈, 코, 입'으로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와 '남자가수상'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태양은 최근 '굿 보이'로 함께 활동 중인 지드래곤과 함께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2014 MAMA' 1부 무대를 장식한 에픽하이와 위너 송민호(가운데)의 무대./CJ E&M
◆ 비공식 수상자 위너 송민호 '최다 퍼포먼스'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2014 MAMA'에서 가장 많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위너는 가수로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송민호는 수상 직후 멤버들과 함께 데뷔곡 '공허해'로 열정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송민호는 이어진 에픽하이의 무대에도 함께했다. '본 헤이터' 무대에서 가사 일부분을 "2014 MAMA"로 바꿔 부르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또한 송민호는 1부 마지막 순서인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무대에도 등장해 1부 행사에서만 3번 무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 현지인은 모르는 행사?
'MAMA'는 올해로 6번째를 맞이했다. 지난 1999년 '엠넷 영상음악대상'으로 시작해 'MKMF(Mnet KM Music Festival)'로 한중일 동시 생방송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상식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아시아 대표 음악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시상식 명칭을 'MAMA'로 바꿨다. 이후 서울·마카오·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꾸준히 개최 중이다. 특히 홍콩은 올해로 3회 연속 개최지로 선정됐다.
공연장 내부는 케이팝 팬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으나 바깥 사정은 조금 달랐다. 2일 오후 침사추이에서 만난 홍콩 시민 앤서니 임은 "'MAMA'라는 시상식이 홍콩에서 3년째 열리는 지도 몰랐다"며 "일부 케이팝 팬들만 알고 있는 행사같다"고 말했다. 앤서니 임의 딸도 "케이팝 가수는 알고 있지만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2014 MAMA'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팝에 친숙하지 않은 홍콩 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축제로 여겨졌다. 케이팝을 넘어서 '케이컬쳐(K-Culture)' 알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MAMA'가 자칫 '그들만의 축제'로 남은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았다.
'2014 MAMA'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지드래곤(오른쪽)과 태양./CJ E&M
◆ 2% 부족한 케이팝 시상식
한국 대중가요 시상식에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 중 하나는 케이팝 스타들이 해외 아티스트의 곡을 무대 위에 올린다는 것이다. 이날 'MAMA'도 마찬가지였다. 1부에서 에일리는 걸그룹 걸스데이와 함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프라블럼'을 불렀다. 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였지만 굳이 팝송을 선택해야 했는지 의문이 드는 무대였다.
해외 아티스트의 노래는 또 다시 울려 퍼졌다. 방탄소년단과 블락비는 각각 '데인저'와 'H.E.R'로 폭발적인 끼를 발산하며 '힙합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 팀은 마지막 컬레버레이션 무대를 위한 노래로는 미국의 팝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렛츠 겟 잇 스타티드'를 선택했다. 개성과 실력이 뛰어난 팀임에도 해외 아티스트의 곡을 불렀다는 사실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