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이 동화약품 리베이트를 적발했다. 이 사건은 정부의 규제와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가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국세청이 제약사의 상품권 사용 내역 조사를 시작하는 등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리베이트?
지난 7일 동화약품 임원과 이 회사의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전국 병·의원 의사들에게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건낸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이는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처음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 적발된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잠잠해지면 또 다시 꼬리를 들고 일어나는 것이 제약사의 리베이트다.
실제로 매년 리베이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동영상 강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의료계와 갈등 국면을 맞기도 했으며 지난해 10월 덜미를 잡힌 대웅제약의 임원은 올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 올해는 CMG제약과 태평양제약 등이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제품을 재조립한 중고 MRI와 CT를 국내에 불법 유통하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제약업계=리베이트'라는 꼬리표를 올해도 떼지 못한다는 사실이 지극히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들끓는 변종 리베이트
리베이트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리베이트 관행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를 주고 의사가 자신의 회사 약을 처방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쉽게 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가 리베이트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강력한 규제에 들어갔지만 이런 조치는 변종 리베이트만을 가져왔을 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변종 리베이트의 대표적인 예는 동화약품이 이용한 CSO라는 대행업체를 통한 방법과 '기프트카드깡'이다. 그중 기프트카드깡은 리베이트 수사와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업사원들은 개인이 지급받은 법인카드로 일정 금액의 기프트카드를 구입해 현금으로 교환한 후 이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이 직원은 모아진 돈을 리베이트에 이용한다. 더욱이 이 방법은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의 명의로 된 개인카드를 빌려서도 사용 가능해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친분이 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처럼 음식값을 카드로 지불한 후 음식값에서 일정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 있고 자동차 등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거나 세미나 명목으로 회식과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리베이트와의 전쟁 준비하는 정부
변종 리베이트가 생기고 리베이트 적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보다 강력한 압박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국세청이 나섰다. 지난달 국세청은 제약사들의 상품권 사용 내역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 100여 곳에 4년간 구매한 상품권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 이는 기프트카드와 마찬가지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리베이트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정부는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동화약품 리베이트 적발 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복지부는 검찰에서 통보한 리베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대상자 행정처분과 관련 의약품의 상한금액 인하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의사 1900여 명과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사전처분 통지서도 발송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행위에 대한 사전처분 통지라고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동화약품 적발 시기와 통지서 발송이 맞물렸고 복지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점 등으로 리베이트 규제 강화를 전망하고 있다.
동화약품을 적발한 검찰도 '2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인 리베이트 제공·수수자에 대한 법정형이 너무 낮다고 보고 관련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한 상황이다.
◆근본적인 대책 요구하는 제약업계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 제약업계도 할 말은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물론 한국제약협회도 올해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자정 노력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을 천명했다. 회원사인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도 만연한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영업사원 교육을 실시하고 규정을 바꾸는 등 안팎으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이런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베이트와 관련된 주체는 의사와 제약사, 그리고 정부다. 리베이트 문제를 제약사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업계는 의사를 직접 만나는 영업사원이 이제는 리베이트보다는 약에 대한 정보 교류, 학술활동 지원 등 정당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보도될 때마다 제약사가 표적이 된다. 하지만 리베이트는 의사와 제약사 사이의 잘못된 관행으로 관련된 주체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