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도 허니버터칩이 있다?
'컬래버레이션' 노래에 점령당한 음원차트
듀엣곡 발표는 물론 연말 공연도 함께 진행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 과자를 맥주나 다른 과자와 끼워 파는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1+1' 식으로 다른 상품과 묶어서 내놓아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가요계에서도 진행 중이다.
가수 아이유는 올해 '가요계의 허니버터칩'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신인 보이그룹 하이포와 함께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설렘과 사랑 타령 일색인 노래들 가운데 홀로 시큰둥한 기분을 노래한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새로운 '봄 노래'로 떠올랐다. 이어 아이유는 울랄라세션과 '애타는 마음'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SBS 'K팝스타' 출신 신예 윤현상의 '언제쯤이면'도 함께 부르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가수 서태지(왼쪽)는 아이유와 함께 '소격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각 서태지컴퍼니·로엔엔터테인먼트
'문화대통령' 서태지도 아이유 카드를 뽑아 들었다.
서태지는 지난 10월 정규 9집 '콰이어트나이트'를 발표하기에 앞서 아이유와 '소격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앨범의 선공개곡이었던 '소격동'은 아이유가 부른 버전과 서태지가 부른 버전으로 이뤄져있다. 서태지가 만든 노래를 그가 아닌 다른 가수가 전부 다 부른 것은 아이유의 '소격동'이 처음이었다.
서태지는 "이 노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여자가수는 아이유 뿐"이라고 극찬했고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소격동'은 공개와 동시에 음원 차트 1위를 점령했다.
소유X정기고 '썸' 앨범 커버(왼쪽). 소유와 정기고는 지난 3일 홍콩 아시아 월드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4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컬래버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선후배 가수 가릴 것 없이 지원사격에 나선 동시에 가요계에선 일명 '콜라보(컬래버레이션)' 열풍이 불었다. 컬래버레이션은 현재 가요계에서 성공의 키워드처럼 통하고 있다. 톱 가수와 신인가수의 조합이든 같은 장르의 두 팀이 만난 형태든 컬래버레이션 앨범은 음원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걸그룹 씨스타 소유와 정기고의 '썸'은 노래 자체의 인기를 넘어서 대중문화계에 '썸' 돌풍을 일으켰다. 정기고는 인디신에서는 매우 유명한 보컬리스트였지만 케이팝 신에서는 신인에 가까운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썸'으로 '국민 썸남'에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콜라보' 바통은 씨스타 멤버 효린이 이어 받았다. 효린은 현재 같은 소속사 가수 주영과 '지워'로 활동 중이다.
윤상 '더 듀엣 파트1' (왼쪽), 휘성·알리 '아무일 없었다는 듯' /각각 오드아이앤씨·YMC엔터테인먼트
윤상과 휘성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윤상은 남자 가수들과 호흡을 맞춘 앨범 '더 듀엣 파트1'을 11일 발매한다. 컬래버레이션이 주로 남녀 가수의 조합으로 이뤄진 가운데 윤상의 '더 듀엣'은 오로지 남자 가수로만 이뤄진 프로젝트라서 신선하다는 평가다. 윤상은 이번 앨범에서 인피티트의 멤버 성규, 다빈크, 팀 등과 함께 노래했다.
휘성은 'WS 듀엣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휘성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범키와 '얼마짜리 사랑', 긱스와 '친구로 남아줄게', 알리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을 발표했다. 9일 공개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은 10일 기준 주요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이나믹듀오·박정현(위), 플라이투더스카이·거미. /각각 아메바컬쳐·쇼노트
대부분 협업이 '1+1' 형식이었다면 '2+1'의 조합도 있다.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는 디바 박정현과 '싱숭생숭(SsSs)'를 발표한 데 이어 오는 20~2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합동콘서트 '그 해 겨울'을 개최한다. 박정현은 다이나믹 듀오에 앞서 성시경, 김범수, YB 등과 '그 해 겨울'을 진행한 바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와 거미는 음원을 따로 발표하진 않으나 오는 23~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합동콘서트 'THE 끌림'을 개최한다. 14년 지기로 알려진 플라이투더스카이와 거미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좋은 친구이자 음악 동료다. 세 사람은 이번 공연을 위해 각자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비롯해 기존 곡을 재해석 한 무대,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가수에게 컬래버레이션은 새로운 도전이다. 자신의 음악색을 내려놓고 다른 가수와의 협업을 통해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조합은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판에 박힌 복사판 같은 컬래버레이션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