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만의 위기라기보다는 한국 드라마 전반의 위기라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 특설무대에 오른 tvN 드라마 '미생'의 연출자 이재문PD의 말이다. 이 자리에는 원작자 윤태호 작가도 함께 했다. 이재문 PD는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촘촘한 디테일의 힘을 꼽았다.
웹툰 '미생'을 완결하기 위해 윤태호 작가는 4년이 넘는 기간을 한 작품에 몰두했다. 전작인 '이끼'에는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두 작품 모두 영화와 드라마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자타공인 성공한 사례다.
지상파 3사의 2014년 드라마 성적표는 처참하다. 시청률 10%대만 넘겨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오후 10시는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일 수 있는 황금시간대다. 이 골든타임에 자리 잡은 드라마는 각 방송사의 자존심과 같다.
KBS2의 월화드라마 '힐러'는 지난 9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7.9%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오만과 편견'은 10.6%을 기록했으며 SBS '비밀의 문'은 5.2% 기록으로 종영했다.
수목드라마도 큰 차이는 없다. 지난 4일 기준으로 KBS2 '왕의 얼굴'이 6.9%, MBC '미스터 백'이 10.4%, SBS '피노키오'가 10.2%를 기록해 너나 할 것 없이 자존심을 구겼다.
외국 드라마와 비교하며 국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러브 라인이 왜 비판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남자 배우의 말이 떠오른다. '스타배우·성공한 연출진·러브라인'이 있음에도 드라마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률을 올리는 나름의 공식과 기술로 무장한 '이야기꾼'들의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됐다. 뜸을 들인 '진짜배기' 작품을 시청자는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