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號 순항위해 사외이사 ‘명퇴’ 용단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임 KB금융 회장 겸 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LIG손해보험 인수에 강한의지를 보였다. 윤 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KB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이 전원 사퇴하면서 KB금융이 '인수합병(M&A) 잔혹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 10일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지난주에 이어 자신들의 거취 문제를 재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경영 연속성'을 고려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남아있는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물러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내년 주총 때까지는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기로 한 이유는 신임 사외이사를 선출하려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KB금융 측은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 KB, LIG 인수하면 '1위 금융그룹' 재도약
KB금융의 M&A 잔혹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 추진 때부터다. 당시 KB금융그룹은 인수 경쟁사인 하나금융을 제치고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2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제시하며 계약을 성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2006년 말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추진에 따라 승부수를 띄웠으나 '메가뱅크' 논란 등 금융권 안팎의 반대여론에 밀려 M&A 카드를 접어야 했다.
2012년에는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내걸고 ING생명 한국법인의 인수를 강력히 추진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벽에 막혀 인수가 물 건너가자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입찰에서 농협금융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이번에 LIG손보 인수에 성공한다면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게 된다"며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