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페트론 전용잔, 버니니 전용잔, 가쿠빈 가쿠하이볼 전용잔, 아그와 아그와 밤 전용잔, 레페 전용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행사 등으로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이다. 과거 '부어라 마셔라'가 대세였다면 최근 주류 문화는 가볍게 칵테일 등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는 고품격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상할 수 있는 술자리를 돋보이게 하는 소품이 바로 '전용잔'이다.
와인 잔의 경우, 술이 공기와 닿는 면적을 계산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잔 모양을 갖게 됐다. 코냑은 따뜻하게 마셔야 향이 진해지기 때문에 높이가 낮은 잔을 사용하고, 끝 맛이 써 한 입에 털어 마시는 소주는 원샷 사이즈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 잔의 형태만 보아도 그 주종의 특색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전용 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재미를 더 해주고 있다.
와인이나 위스키의 전용잔들은 생산방법과 생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술로 같은 브랜드라도 연산에 따라 ▲생산된 지역 ▲제조 방식 ▲숙성통에 따라 색다른 풍미를 잘 나타내는 전용잔이 필요하다.
주류수입 전문기업 인덜지의 경우 수제 테킬라 '페트론'을 국내 공식 출시하면서 전용잔인 '스니프터(snifter)'를 선보였다. 테킬라는 한 번에 들이킬 수 있는 샷 잔에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이 전용잔은 주로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사용하는 튤립 모양으로 제작됐다. 잔 입구가 오목해 향을 모아주기 때문에 제품이 가지고 있는 향을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의 경우 맛뿐만 아니라 병 자체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기존 와인보다 작은 275㎖ 사이즈로 병 째 들고 마시는 이들도 많지만, 일반 와인 잔보다 볼이 좁고 길쭉한 모양의 버니니 전용잔을 통해 탄산이 장시간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다.
산토리의 위스키 브랜드 '가쿠빈(Kakubin)'의 전용잔은 탄산수·얼음과 함께 섞어 마시는 칵테일 가쿠하이볼을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게 한다. 가쿠빈 병 디자인처럼 거북이 등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얼음을 가득 채운 전용잔에 레몬을 짠 후 30㎖의 가쿠빈과 함께 차가운 탄산수를 거북이 등 부분 위까지 따라주면 간단한 가쿠하이볼 칵테일이 만들어 진다.
'오뚜기 잔' '모래시계 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아그와의 전용잔은 아그와 밤(Agwa Bomb)을 먹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이 잔을 활용하는 방법은 볼록한 아랫부분에 에너지 드링크를 채운 후 그 위에 아그와를 천천히 따라주는 것이다. 이 때 아그와 전용잔 허리선 부분 살짝 위까지 에너지 드링크를 담아야 확실히 층이 나뉜 아그와 밤을 즐길 수 있다.
맥주는 온도에 민감해 열전도율이 낮고 손잡이가 있는 유리잔에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벨기에 맥주 '레페(Leffe)'의 전용잔은 잔 입구가 넓고 손잡이용 자루가 짧은 고블릿 형태로 제작됐다. 손의 열기가 자루를 통해 잔의 온도를 높이면서 향이 더욱 확산된다. 다른 맥주와 달리 미지근해야 맛있는 레페의 특징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