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유기농 웨하스를 5년 동안 31억원 어치나 판매해 비난을 받았던 크라운제과가 이번에는 영업사원에게 변칙 판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벌였다가 법원으로부터 패소를 당해 자존심에 먹칠을 당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덤핑판매'나 '가상판매' 같은 변칙 판매로 인해 발생을 주동자인 본사 해당 사원등에게 떠 맡기는 '갑질'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제14민사부(이종언 부장판사)는 14일, 크라운제과가 전 영업사원인 유모(35)씨와 그의 신원보증인 임모(56·여)씨를 상대로 '2억550여 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결정했다.
유씨는 지난해 1월 크라운제과에 입사해 경기도의 한 영업소에서 과자류 제품을 거래처에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크라운제과는 본사를 비롯해 각 지점과 사원 개인에게도 매일 판매·수금 목표를 할당하고 수시로 판매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심지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를 채울 때까지 퇴근할 수 없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상대적으로 '갑'인 대형마트에는 43%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을'의 지위에 있는 영업사원들에게는 35%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원에 대해서는 재고가 마치 거래처에 팔린 것처럼 전산망에 입력하고 해당 제품을 떠맡는 가상판매를 하게 했다.
사원들은 허위로 판매된 제품의 대금을 마련하려고 재고품을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하고 부족한 금액은 빚까지 내가며 개인 돈으로 충당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역시 이런 판매 관행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지만 9개월동안 2억원의이 넘는 손실액을 기록하고 작년 10월 결국 퇴사했다. 11월에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이렇게 영업사원들이 가상판매와 덤핑판매로 인한 손해분을 감당하지 못해 퇴사했는데도 크라운제과는 유씨와 보증인을 대상으로 "업무처리 기준에 위반한 가상·덤핑판매 같은 비정상적인 판매를 해 제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까지 벌였다.
그러나 법원은 크라운제과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크라운제과는 사실상 판매되지 못한 제품의 대금을 가상판매를 통해 영업사원에게 전가했다"며 "유씨 등의 가상판매는 크라운제과에 손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출 실적을 올리려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크라운제과가 유지해 온 이 같은 거래 구조에서는 손해가 온전히 영업사원인 유씨의 가상 판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