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기업들로부터 징수하는 과징금이 447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34% 증가한 수준이다. 공정위가 징수한 과징금은 2010년 5074억원, 2011년 3473억원, 2012년 9115억원, 지난해 3329억원이다.
공정위가 최근 5년간 부과한 과징금을 보면 2011·2013년이 3000억원대였고 나머지 해는 많게는 이보다 3배 수준이다. 내년 과징금 예상액도 올해보다 2000억원이 늘어나는 규모다.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에 맞서 기업들은 소송을 택하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과 벌이는 법정공방이 늘고 있는 이유다.
시정조치건수별 소 제기 비율은 2006년 4.1%에서 2009년 8.4%, 2010년 12.6%, 2012년 13.4%로 증가 추세다.
문제는 공정위가 과징금 규모가 큰 소송에서는 번번히 패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규 의원(통합진보당)이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2010년 이후 3년간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소송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제기된 총 150건의 소송 중 공정위가 패소하거나 일부 승소해 감경된 과징금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했다.
특히 과징금 규모가 작은 소송에서는 대부분 승리했지만 규모가 큰 소송에서는 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1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 규모의 소송은 총 90건 중 39건에서 이겨 승소율이 43%에 머물렀고 10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소송 27건 가운데 이긴 경우는 7건으로 승소율은 26%였다.
즉 대기업을 상대로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시정조치를 남발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시장지배적 지위 규정을 놓고 네이버와 공정위가 6년 간 벌인 소송에서 지난달 네이버가 최종 승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서 네이버는 2006년 4월∼2007년 3월 판도라TV 등 동영상 업체와 계약하며 네이버 검색에서 찾을 수 있는 동영상에 사전 협의하지 않은 '상영 전 광고'를 넣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당시 네이버가 상영 전 광고를 금지한 것은 동영상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제한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라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2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가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