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김원석 PD(왼쪽), 정윤정 작가./CJ E&M 제공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 놓고 있다. '미생'은 오는 19일과 20일 방송되는 19회와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18일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 서울 청담동 엠큐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둘은 '미생'을 만들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최고의 장면을 꼽았다.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이전 드라마 '몬스타'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경험이 있다. 미생'으로 다시 뭉친 이들은 지난 주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8%,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정윤정 작가는 코미디의 대가에요. '미생'을 처음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정 작가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러 번 부탁드렸습니다. 결국 '미생'도 코미디니까요. 원작을 생각해서 장엄하고 숭고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잘 만든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원석 PD)
"김원석 PD는 제가 만나본 감독 중에서 최고의 천재입니다. 제 대본은 대사의 행간을 읽어야 연출이 가능해서 조금 어려운 편입니다. 그 행간을 잘 읽어내 화면에 담습니다. 회의 때도 제가 우물쭈물 하면 말하지 않아도 제가 왜 그런지 잘 아는 감독이에요. 호흡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분을 만난 것 같아요." (정윤정 작가)
'미생'의 흥행 요소는 단연 공감과 위로였다. 시청자들은 매회 드라마 속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울고 웃었다. 드라마를 만든 김 감독과 정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연 최고의 장면을 손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오상식 차장 역 이성민의 접대 신을 꼽았다.
"이성민 선배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선배는 그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어요. 그 순간 오상식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됐다고 하더군요. 실제 계약을 따기 위해 몸을 써가며 말도 안되는 짓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 크게 공감이 됐다고 말입니다. 저는 갑의 입장이 된 친구를 접대하고 배웅하면서 절을 하는 이성민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원석 PD)
"친구를 만나 접대하는 장면, 택시를 잡아주는 장면의 연출을 보고 말을 잃었어요. 또 장그래(임시완)가 계약직 사원의 아이템은 안 된다는 걸 듣고 오상식 차장에게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젊었을 때 저는 대기업 사보 편집을 하는 대행사 카피라이터로 9개월 간 직장생활을 해봤어요. 하청업체 사원의 일상,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미생'에 다 녹아 있습니다. 특히 저는 40대 남자 직장인에 대해 5가지 찡한 부분이 있어요. 술 마시고 택시를 잡다 넘어지는 분, 큰 양복 안의 초라한 몸, 지갑 안에 있는 복권, 그럼에도 식판을 대고 밥을 먹는 모습, 술에 취해 구토를 하는 모습 등은 '미생'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됐어요." (정윤정 작가)
결국 '미생'은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곳곳에는 연출진과 작가진의 고집이 보인다. 멜로를 벗어 던진 것부터 카메라의 동선, 음향 삽입 등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눈에 띈다. 이에 김 감독과 정 작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시점의 화두는 힐링이고 많은 분들이 그것을 노리고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감히 그런 말을 내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 포스터 카피가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었는데 저와 정 작가 모두 반대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드라마와 상반된 카피였죠.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 맞습니다." (김원석 PD)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포스터를 보고 사람들이 큰 박탈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지금 누구 얘기를 하는 거야?'라며 의아해 했겠죠. 요즘 20대들의 스펙은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런 스펙을 자랑하는 너도 힘들고 그렇지 않은 나도 힘든 상황인데 누가 공감을 하겠어요. '미생'은 그런 연장선에 있지 않나 싶어요. '저렇게 잘난 사람들도 힘들구나'라는 생각이죠."(정윤정 작가)
김원석 PD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의 두가지 키워드는 불안과 외로움이에요. 장그래는 이 두 가지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고요.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해결책은 만들 수 없지만 공감과 연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필요한 친구들입니다."
극중에서 남다른 스펙을 자랑하는 장백기(강하늘)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에게 술을 권하며 "나는 내가 가진 스펙이 이렇게 부끄러워진 적이 없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김PD가 꼽은 '미생' 최고의 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