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계속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송년회가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위기에 취해 '부어라 마셔라' 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술판 위주의 송년회를 줄이거나 토크쇼 모임, 요리 경연 대회를 하는 곳이 있는 반면에 백화점 식당가의 예약률은 전년보다 70%에 달하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국민 85% 송년회 안 하거나 줄이거나
온라인쇼핑 사이트 G마켓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자사 고객 1798명을 대상으로 '2014 송년회 계획'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송년회 횟수를 '예년보다 줄일 것'이라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7%는 '송년회 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결국 송년회를 줄이거나 안 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85%에 달한 것이다.
올해 송년회 예상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5%가 2~3회를 꼽았다. 송년회로 인한 총 예상 지출 금액은 5만~10만원 사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9%로 가장 많았다.
송년회 시즌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응답자의 40%가 '얇아지는 지갑'을 선택해 경제적인 부담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잦은 음주로 인한 건강'은 27%로 2위를 차지했으며 ▲'술과 안주로 늘어나는 살'(23%) ▲'가족·연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 듦'(10%)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도 송년회 건너뛰어
이런 분위기는 각 기업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송년회가 예년보다 눈에 띌 정도로 줄었다. 송년회와 신년회를 별도로 치르던 과거와 달리 신년회로 행사를 돌리거나 아예 신년회마저도 간단한 약식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별한 송년회를 준비한 기업도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경우 송년회는 아니지만 매 분기별로 전사회의를 열고 있다. 전 직원이 모여 강의를 듣고 우수 직원 포상,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직원 소개 등 매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강연은 청중과 발표자가 서로 소통하는 토크 형식으로 이뤄진다. 끝난 후에는 위메프와 계약을 맺고 있는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다.
위메프 관계자는 "유관 업무가 많지 않아 잘 몰랐던 직원과 친해지고 타 부서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드림맵은 직원들과 송년회를 겸해 요리 경연 대회로 열기로 했다. 총 3개 팀으로 나눠 직접 요리를 해가며 화합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색 송년회를 마케팅에 활용한 업체도 있다. 호주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 쥴리크는 스파 송년회를 제안하고 있다.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쥴리크 제품들을 사용해 피부를 가꿀 수 있다. 또 전문 테라피스트가 각 피부 타입과 컨디션에 맞춰 일 대 일 트리트먼트를 해준다.
◆백화점 식당가 예약률 전년 比 10%↑
이런 가운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다. 대다수의 외식업체들이 줄어든 송년회 등으로 크리스마스에 이은 연말연시 특수가 없어진 것이 아니냐고 울상을 짓고 있지만 백화점 식당가는 예년보다 예약이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식당가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결과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12월 초까지의 전점 식당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가까이 신장했다.
특히 연말 모임을 예약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주부 고객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약의 50%는 아이를 동반한 20대 후반~30대의 젊은 주부들 이 차지하며 전 연령대에 걸쳐 연말 모임 장소로 식당가가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측은 20대 후반~30대의 가정주부 고객들은 어린 자녀를 동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백화점에는 유아휴게실, 유모차 대여소 등 아이를 위한 편의시설이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연말 모임 장소로 백화점 식당가를 많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