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에 불거진 '세탁기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9월 독일에서 LG전자 고위 임원이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렸다며 삼성전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이어 이번엔 LG전자가 맞고소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으며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증거 위조를 주장하는 등 양사가 매우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이 분쟁은 한동안 잠잠했지만 업계에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사과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은 것에,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대응했다는 것에 불만이 큰 상태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았으며 이번 인사 발표에서 조성진 사장이 가전 부문 1인자로 올라선 것에 대해 사실상 승진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고위 임원을 상대로 고소까지 해야 할 문제였는지 의구심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양사 사이에 패인 골이 워낙 깊은 데다가 이전 냉장고, 에어컨 분쟁 등과 달리 고위 임원진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가 쉽게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가전 업계 1위를 두고 경쟁을 벌여오던 두 기업이 지나친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든다. 특히 출국을 금지 당한 조성진 사장은 1월 6일부터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의 참석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CES에서 신제품 공개와 기자간담회를 주관할 예정이었던 조 사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면 LG전자로서 큰 타격이며 나아가 우리 가전업계에도 치명적인 인상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두 기업이 하루 빨리 이번 논란을 마무리 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지속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