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재력가인 내연남에게 위자료를 뜯어내기 위해 납치한 뒤 돈을 받지 못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모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김양섭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및 사체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64·여)씨에게 징역 30년을, 일본계 미국인인 배씨의 친딸 H(23)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모녀의 부탁을 받고 성모(72)씨를 납치·감금하고 폭행한 심부름센터 직원 김모(24)씨와 배모(24)씨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김모(23·여)씨 등 가담 정도가 약한 6명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각각 선고했다.
배씨는 지난 4월 초 약 9년간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며 다른 여자를 만나자 딸 H씨와 짜고 피해자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공모했다. 피해자는 20억원 가량의 재산이 있는 재력가로 알려졌다.
이어 배씨는 심부름센터 직원 등을 고용해 4월 11일 오후 4시께 파주시 적성면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납치, 자신의 집과 서울 반포의 빌라에 감금했다.
배씨는 위자료 1억원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피해자가 거부하자 4월 15일 오전 1시께 결박된 상태의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딸을 통해 시멘트와 벽돌을 주문하고 이를 활용해 빌라 거실에 피해자의 사체를 은닉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지난해 5∼7월 딸이 할아버지에게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로부터 5억여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씨에 대해 "범행의 동기가 극히 비열하며 저항할 수 없는 고령의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시멘트와 벽돌로 은닉하는 등 범행의 내용도 잔인하고 참혹하다"며 "뒤늦게나마 범행을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나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배씨의 딸 H씨에 대해서도 "감금 및 강도 범행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이끌었다"며 "그럼에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중형을 선고한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