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유지 등 대내외적 상황 악화…효과 '미지수'
생명보험업계가 오는 2018년 도입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한 재무건전성 확보와 자산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자산운용 수익률 저조로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공표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해 오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여력(RBC) 필요자본 수준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됐다.
IFRS4 2단계는 상품 판매 시 미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계산하는 것으로, 보험가입 시점이 아닌 '결산시점의 변동된' 위험률과 금리를 반영한다. 즉 현행 상품 판매 시 원가로 책임준비금(부채)을 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최근 재정건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비롯한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투자사업부를 삼성자산운용으로 이관해 주식과 채권 투자부문을 일원화했다. 이번 개편은 200조가 넘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수익성과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또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계리사, 회계사 등 8명으로 구성된 전담TF팀을 꾸렸다.
이들은 해외의 재정건전성 확보방안, 보유계약의 수익성·리스크 파악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1월 재정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는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9월 말 160.4%였던 RBC비율이 20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최근 김희석 전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영입, 지주와 생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하고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키로 했다.
이 밖에 교보생명은 담당자를 중심으로 회계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조직개편을 통해 재정건전성부분을 강화했다. 흥국생명도 조만간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2일 취임한 신용길 KB생명 사장도 "IFRS4 2단계 시행에 따른 사전준비로 재무건전성 강화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정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이를 위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보사의 재정건전성 강화계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추가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어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보다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이 더 많은 '역마진'우려가 다시 대두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위해 보유한 국공채 등의 금리 인하와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에서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IFRS4 2단계가 도입 되면 저축성보험의 저축보험료가 수입으로 잡히지 않게 돼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생보사의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생명보험협회가 발표한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25개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보유개약액은 539조6953억7400만원으로 전체 보유계약의 24.2%에 달한다.
특히 이 중 삼성·한화생명의 경우 확정형 금리상품 중 역마진 우려가 있는 6% 이상 상품 비중은 각각 80%, 67%에 달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생보사들이 재정건전성자산운용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수익율 하락으로 지난해에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8일 2015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IFRS4 2단계 도입준비를 위해 책임준비금의 합리적인 평가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을 보험사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