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 영화 '4등' 광수…길들여지지 않은 인물, 천과장과 정반대"
'달빛요정과 소녀' 故 이진원의 노래로 꾸며…찐한 감동에 눈물 '찔끔'
"만남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별도 있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됐어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에서 원인터내셔날 영업3팀 천관웅 과장으로 열연한 배우 박해준(38)의 종영 소감이다.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도 있는 법. '미생'을 떠난 박해준은 2015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박해준은 2012년 영화 '화차'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고 지난해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 북한 대남공작요원 차진수로 브라운관을 찾았다. 극단 차이무의 일원인 박해준은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온 잔뼈 굵은 연극배우다. '미생' 천과장으로 '대박'을 친 박해준의 올해는 더 바빠질 전망이다. 생애 첫 주연 영화 '4등'에서 수영코치 광수를 연기하고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에서는 라디오DJ로 출연할 예정이다.
"'4등'은 정지우 감독의 영화에요. 광수는 아주 다혈질인 성격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인물로 '미생'의 천과장과는 반대되는 인물이죠. 감독님도 독특한 스타일의 연출을 하는 분이라 기대가 됩니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극단 차이무의 첫 뮤지컬 작품이에요. 故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진원) 노래들로 꾸며집니다. 저는 라디오 DJ를 맡았고 약간의 코러스를 부릅니다. '이게 뭐지?'하고 봤다가 무겁게 다가오는 찐한 감동을 느끼실 겁니다. 눈물이 '찔끔' 나오는 작품이에요."
드라마 '미생'에서 박해준은 경력직으로 입사해 사내에서 입지를 굳히지 못하다가 영업3팀에 합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기존 출연진들과는 드라마 중반부터 호흡하게 됐다.
"처음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어요. 그게 오히려 독이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흘러온 흐름에 자연스럽게 묻어가기로 했죠. 제가 드러나지는 않아도 항상 거기 있었던 것처럼, 특히 워낙 영업3팀 인물들이 사랑받는 캐릭터들이라 피해가 되지 않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연기했죠. 천과장은 내적 갈등이 많은 사람인데 그 심정을 유지한 채 그대로 있었어요."
박해준은 영업3팀의 기존 멤버인 이성민(오상식차장)·김대명(김동식대리)·임시완(장그래)과 좀 더 실제 같은 직장인 모습을 보이려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식사를 함께했다. 밥만 같이 먹었지 실제 직장인들처럼 회식을 못해본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명이가 먼저 '과장님, 저희는 항상 같이 밥을 먹어요. 다음에는 과장님이 메뉴 선택을 하셔야 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같이 먹지 않다가 성민 선배가 진짜 직장인들 처럼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죠. 같이 회식을 못한 게 아쉽네요. 모든 것들이 다 '리얼하게' 보여드리기 위한 장치들입니다(웃음)."
극 중 천과장은 박해준의 말처럼 갈등이 심한 인물이다. 위로는 특별한 라인이 없고, 아래로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 경력직 입사자이기 때문에 동기도 없다. 쓸쓸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그럭저럭 회사에서 버티는 인물이다. 천과장은 오늘을 사는 '진짜'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첫 촬영이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장면이었어요. 반듯한 직장인으로 보이길 원했죠.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해 맥주 한 캔 마시는 모습이 직장인들의 비애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동정심과 공감을 일으키길 원했습니다."
'미생'의 인기를 털어내고 다시 스크린과 무대를 찾는 박해준에게 드라마·영화·연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드라마·영화·연극은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연극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이 있죠. 그동안 해왔던 것이라 마음도 편안합니다. 영화는 집중도 있게 작업할 수 있어 만족감이 크고 드라마는 시청자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과 순발력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모든 장르가 쉬운 것은 없습니다. 저는 베테랑이 아닙니다. 매체 구별없이 연기해야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