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는 다음달부터 IPTV와 케이블업계에 기존 주문형비디오(VOD) 가격을 50%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KT 제공
지상파가 수백억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유료방송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MBC·KBS·SBS 등 지상파 3사는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료로만 9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중계권료로 지급한 265억원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부진 속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도 월드컵에서 멀어졌고, 결국 광고 수입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이 밖에 '소치 동계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등 글로벌 스포츠 행사가 잇따르면서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그만큼 효과는 보지 못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330억원 이상, 인천 아시안게임은 120억원 수준의 중계권료가 지불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이 같은 흥행 부진으로 인한 적자폭 감소를 위해 유료방송업계에 책임을 분배하도록 추가 재송신료를 요구하는 한편, 주문형비디오(VOD)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지상파 측의 추가 재송신료 요구에 대해 유료방송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결국 재송신료 분쟁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을 기해 재송신료 계약이 끝난 티브로드와 씨앰비 등 일부 케이블TV 업체와 IPTV 업체들은 재송신료 협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상파와의 재송신료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상파 측은 유료방송업체에 현재 가입자당 280원인 재송신료를 400원 수준으로 인상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반면 유료방송업체들은 "현재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료 책정도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인상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지상파 측은 IPTV와 케이블업계에 기존 VOD 요금을 다음달부터 50%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HD화질의 VOD 영상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SD급 화질의 VOD 영상은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 3사는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반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제값받기를 통해 시청자들은 보다 질 좋은 방송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시장도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가 자구 노력 없이 자신들의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한 책임을 궁극적으로 시청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상파 측이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KBS의 경우 직원의 절반 평균 연봉 수준이 1억원에 육박하는 등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MBC와 SBS도 인건비 지출이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상황에서 막상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3사가 시청률 부진, 광고수입 감소,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 지불에 따른 손실 등으로 발생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유료방송업계로부터의 재송신료, VOD 요금 등을 인상하려 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는 소비자부담으로 이어질텐데 지상파 측은 적자 경영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