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석원(30)은 2013년 가수 백지영과 결혼한 이후 MBC '미스터백'(2014)을 통해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다.
1년여 만에 연기를 한 그는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결혼 이전보다 진지하게 접근하죠. (가족이 생겼으니) 돈도 돈이지만 시청자를 향한 책임감도 느껴요. 예전에는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젠 캐릭터와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저는 1차원이었어요. 그런데 '봄날은 간다'라는 연극을 하면서 고차원적인 작업을 해보니 몇 시간 동안 대사 하나를 상상하며 연기했죠. 지금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왜'라는 의문도 품게 됐습니다."
정석원은 배우로서 대표작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백지영의 남편, 스타 부부로 더 주목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어쩔 수 없다"며 "내가 부족하니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6년 됐어요. 제가 보여준 게 많지 않으니까 그런 쪽으로 이슈 되는 건 당연해요. 더 열심히 작품을 많이 해야죠. 아까 말한 책임감에 이런 것들도 포함돼요. 남자의 쓸데없는 자존심이 아니라 한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이죠. 목표를 높게 잡았어요. 못 이루더라도 그 밑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스터 백'의 정이건은 회사 경영에 욕심을 내는 야심찬 남자다. 악역을 담당하며 극 중심에서 갈등을 유발했다.
"당초 20부작이었는데 16부작으로 줄었어요. 정이건의 숨겨진 발톱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여주지 못했죠. 드라마 전체를 보려고 했어요. 사랑, 가족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잖아요. 정이건은 연결 고리라고만 생각하고 연기했죠. 제가 주인공이 아니고 맞춰줘야 하는 인물이니까 그 틀 안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정석원의 이목구비는 남성적이다. 곡선보다는 직선에 가까운 이미지다. 작품에서도 반듯하고 각진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촬영을 앞두고 있는 영화 '대호'에서도 일본군 소좌 류 역을 맡았다. 호랑이와 사투를 벌이는 냉혈한이다. 그러나 그는 "흐물흐물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학창시절엔 항상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되면 풀어진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근데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하긴 하죠. 예전보다 유해지긴 했지만요. 제 청춘은 뜨거웠죠. (웃음) 중학교 땐 깍두기 머리하고 은반지 끼고 금목걸이하고 다녔어요. 선생님께 많이 맞기도 했고요. 친구들이 (지금 제 모습을 보면) 웃기다고 해요.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사람인데 닭살이라고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복학생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항상 비서, 키다리아저씨 같은 것만 했잖아요."
그는 올해 서른 살이 되면서 배우에 대해 정의 내렸다.
"전달자, 메신저,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예전엔 무술감독이라는 꿈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재미 있는 이야깃거리를 관객에게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어요. 계속 오래하고 싶다는 말입니다.(웃음) 계속 변화하고 싶고요. 달라지는 만큼 또 다른 작품 만나서 시청자와 함께 공유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