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사태서 다시 드러난 대한항공-국토부의 연결고리
검찰 "양측이 짜고 끊임없이 사건 은폐"
19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 앞에 '땅콩회항' 사건 첫 공판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가 끊임없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정황이 검찰의 수사 결과 다시 한 번 드러났다.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해당 사건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대한항공과 국토부가 끊임없이 사건을 감추기 위해 위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피의자로는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여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와 김모 국토부 조사관 등 3명이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검찰이 설명한 정황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 1등석에 탑승해 기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발단으로 김모 승무원과 박모 사무장에게 차례로 폭언과 폭력을 사용하며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받아냈다. 이후 박 사무장이 여객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뒤 해당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사건을 보고받은 여 상무는 박 사무장의 최초 경위서를 삭제하고 "회사를 정년까지 오래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사무장이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내용을 담은 시말서를 쓰도록 지시했다.
이어진 국토부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는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이 조 부사장의 폭언과 폭력은 없었다거나 듣지 못했다고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하도록 종용했다.
또 박 사무장에게 "(국토부가) 정부기관은 무슨 정부기관이냐. 다 대한항공에서 온 사람들인데. 이번 일만 지나가면 다 해결해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출신의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수시로 연락하며 진행 상황을 전하고 사건 축소를 도모했다.
이 같은 세 사람에 대해 검찰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과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와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 등 피의자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적용한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 조 전 부사장과 남편, 19개월 된 쌍둥이 아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항공기항로변경과 위계 등 각 혐의에 대해 의문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다"며 "조 전 부사장과 박 사무장, 김 승무원 각 3자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과장된 진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항로는 하늘의 길이를 의미하는 개념"이라며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판이 진행된 303호는 서부지법에서 가장 큰 규모지만 오전부터 줄을 서고 기다린 기자단으로 인해 번호표를 발급하며 일반 방청객과 나눠 입장을 관리했다.
공판에는 취재진 100여명과 방청객 100여명 등 200여명이 모여 한겨울에 법정 내 찜통더위를 연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