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찾다보니 사업 영역 침범 불가피 한 듯
LG, GS, LS 등 '범 LG家' 기업들이 집안끼리 '신사협정'을 맺어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던 불가침 조약이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 전체가 미래성장 동력에 집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들 기업 간에 암묵적으로 지켜졌던 '신사협정'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범 LG가'의 '신사협정'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LS그룹과 GS그룹 등으로 LG와 사업영업을 나눠 분가하면서 서로 주력 사업과 중복되는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를 뜻한다. 암묵적인 합의인 만큼 협정은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LG는 전자와 화학에 주력하고 GS는 정유와 유통, LS는 전선, LIG는 금융, 희성은 전자부품 등에 각각 특화된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 초 '범 LG가'의 움직임을 보면 신사협정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 금융 부문 매각 LIG 방위산업 중심 재편
LIG그룹은 그룹의 모태이자 전체 매출의 80%를 담당했던 LIG손해보험을 정리하고 방위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기존 금융과 제조·서비스의 투 트랙 사업 구조에서 제조·서비스의 단일 구조로 재편한 것이다. LIG는 지난해 말 LIG손해보험·투자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LIG그룹의 사업은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IT 서비스 회사인 LIG시스템, 유통서비스업체 휴세코 등 3개사가 주축이 된다.
남영우 사장은 "일단 경쟁력이 있는 방위산업에 집중해 첨단 기술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2018년까지 정밀전자와 IT 분야 연구인력을 2500명을 추가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업체들과 공조 부문 등을 담당했던 LIG손보가 넘어가면서 영역을 외부로 돌릴 방침이다. LIG넥스원의 경우 국내 선도업체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결국 LG CNS(SI)와 LG전자(공조) 등을 가지고 있는 범 LG가와 경쟁할 수 밖에 없다.
◆ 희성그룹 한화 포장재 사업 매각
희성그룹은 지난 15일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의 일부 사업부를 매각했다. 트럭커버 광고재 등을 만드는 한화폴리드리머의 코팅막재 사업부는 국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필름시트 사업부는 식품이나 세제의 포장재를 만든다.
그러나 희성그룹이 대규모 창고 천막 소재로 사용되는 타포린 사업에 집중할 경우 LG하우시스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현재 LG하우시스는 폴리비전이라는 업체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타포린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희성그룹이 한화폴리드리머를 인수해 LG화학과 협업하거나 LG하우시스에 납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이 농후하다.
◆ 차세대 성장사업 '에너지솔루션·스마트카'
LG그룹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주목하고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는 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스마트카 부품도 GS와 LS그룹과 맞물리고 있다.
LG는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대규모 R&D 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해 미래에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고효율 전력 변환 장비, 빌딩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를 접목해 에너지의 생산에서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전반을 다루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GS가 추진하고 있는 자원개발과 에너지 부문과 맞물린다. GS는 지난해 2월 에너지 업체인 GS E&R(옛 STX에너지)를 사들였다. 태양광, 열병합 발전 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또 친환경 자동차부품의 경우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전기자동차·스마트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종 부품과 솔루션 개발사업을 육성 중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자동차 부품 사업 역시 LS와 겹친다. LS는 전기 자동차 부품 사업과 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재계 전체가 미래성장 동력에 집중하다보니 그룹 간 사업이 겹칠 수 있지만 큰 그림에서 봤을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최근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가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