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영원한 '삼성맨'이고 싶은 눈빛이었다.
한화그룹으로 매각이 진행 중인 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등 4개사 소속 노동조합 및 비상대책위가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첫 공동집회를 개최했다. 삼성토탈 노조 200여명, 삼성테크윈 지회소속 130여명, 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직원 70여명 등 총 400여명은 한 목소리로 매각 저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그들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자산 20조원이 넘는 4개 회사를 1조9000억원에 매각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11월 삼성이 4개사를 매각했을 때 업계와 언론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세계의 기업과 경쟁할 대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의 실적은 삼성그룹 내에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골치였을 터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들을 인수해 방위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재벌기업 3세들의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본인이 이끌 기업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기도 했다.
'빅딜'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람'이 간과된다는 것이다. 매각이 결정된 삼성 4사의 직원 8700여명은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한화 사람이 됐다. 기업의 합리성과 효율성 앞에서 노동자들의 운명은 가볍게 움직였다.
직원들의 항의는 당연하다. 삼성은 정년이 60세, 한화는 58세다. 매각 사실도 몰랐던 직원들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2년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삼성맨'으로 누리던 자부심과 복지도 놓아야 한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삼성미래전략실과 직접적인 대화를 원하지만 삼성미래전략실은 "이미 매각된 회사의 직원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때는 삼성을 위해 울고 웃었던 '삼성맨'들의 목소리가 서초동을 울렸지만 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양소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