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2~3개의 대기업이 독식해온 '통신비·맥주·자동차 수리비'의 독과점 구조를 깰 '경쟁촉진 3법'의 입법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독·과점 폐해와 대기업 담합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초점을 각종 규제 시행에 맞춰 왔다면 이제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소비자가 내야 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과 정책위원회가 26일 국회에서 개최한 '소비자가 더 좋아지는 경쟁촉진 3법 정책토론회'에서는 이동통신·자동차 수리·맥주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병헌 의원은 알뜰폰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전체로 확대해 통신비를 낮추는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을, 민병두 의원은 대기업이 소유한 자동차 외장부품의 디자인 권리를 제한해 대체부품 사용을 활성화하는 디자인보호법 개정을 주장했다.
홍종학 의원은 주세법을 개정, 중소 맥주 업체의 판로를 다양화하고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의 기준 요건을 완화해 경쟁을 촉진할 것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경쟁촉진 3법'으로 묶어 당론화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반독점 규제 강화를 외치고 이를 경제 민주화로 내세워 온 야당의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 3년 전 총선·대선에서 야당의 주된 정책 무기였던 경제 민주화 이슈를 여당에 빼앗긴 채 선거에 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요금인가제는 SK텔레콤, KT등 대기업 이동통신사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반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당초 시장지배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세법은 하우스맥주나 중소기업의 세금(주세)이 대기업 맥주보다 더 많은 현재의 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우리나라 주세법은 생산량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공장 출고가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생산량이 적은 하우스맥주나 중소기업 캔맥주는 가격(출고가)이 비싸서 부과되는 세금(710원)이 대기업(395원)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자동차 수리비 인하법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 대체부품의 의장특허 기간을 3년 정도로 제한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허 기간 이후부터는 순정품이 아닌 대체부품 사용이 가능해 자동차 수리비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민 의원은 "맥주의 경우 상위 2개 회사가 95%의 시장 점유율을, 통신비의 경우 상위 3개 회사가 사실상 100%의 시장 점유율을, 자동차의 경우 상위 2개 회사가 75%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입법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어 "경쟁촉진 3법은 '경제 민주화 3법'이자 새정치민주연합 버전의 '창조 경제 3법'이기도 하다"며 "이 법안들은 모두 '경쟁촉진을 통한 경제 민주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쟁촉진은 곧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경제민주화 수단"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연초부터 경제 중심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정책연구원이 '중산층 키우기' 보고서를 발표하며 "'서민vs중산층'이라는 기존의 낡은 구도를 깨고 중산층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권주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당 대표 후보는 "우리 당 위기의 본질은 계파 갈등이 아니라 당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 국민의 삶의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라며 "정치 정당에서 경제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후보는 "시장과 경쟁도 경제 민주화의 영역인데 우리가 그 틀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비판을 자성하게 된다"며 "규제와 경쟁을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볼 게 아니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내달 5일에는 중소기업의 해외직판 온라인 쇼핑몰 개설을 돕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경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