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3번 출구에 있는 고장난 에스컬레이터.
서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난 채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의 고충이 크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역사내에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협소한 통로로 사람이 몰릴 때는 자칫 사고 위험까지 있다.
한번 고장 나면 수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책임있는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해당 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나몰라라는 입장이다. 감독관청인 서울시도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대한 현황 자료나 통계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하철 탑승 퍼포먼스까지 하며 '지하철은 시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시장을 포함한 서울시 관리들의 머리속에서 지하철은 이미 잊혀진 존재인 것 같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26일 오후 1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버젓이 있지만 시민들이 탑승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고 써 붙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 사이에선 '도대체 언제 고쳐지냐', '다리가 아픈데 어떻게 계단을 밞고 올라 가냐'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출구 근처엔 다른 출구나 계단도 보이지 않아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를 밞고 올라가야 했다.
젊은 사람들은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를 밞고 올라갔지만 노인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계단을 오르다 섰다를 반복하다 겨우 출구 정상에 오르는가 하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6-1번 출구로 다시 이동해야 했다.
김복자(78·여)씨는 "에스컬레이터가 망가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역무원에게 건의했지만 건성으로 듣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주명(67)씨도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작동이 안 되면 짜증난다"며 "국민 세금으로 이런 것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8번 출구 방면에 있는 폐쇄된 에스컬레이터.
같은날 오후 4시30분께 5호선 광화문역 1·8번 출구 방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고장나 폐쇄됐으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점검 중이었다.
발목에 기브스를 한 20대 젊은 여성도 지팡이를 짚는 70대 노인도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이현복(75)씨는 "항상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타기 힘든 역사 엘리베이터보단 에스컬레이터를 이용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에스컬레이터까지 망가지면 우리 같은 노인들은 출구로 나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에스컬레이터를 점검 중인 업체의 한 기술자는 "에스컬레이터의 부품들이 오래돼 자주 고장 난다"며 "원상 복구 시키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관할 당국은 고장 나거나 점검 중인 승강기에 대해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1~4호선 역사는 서울메트로, 5~8호선 역사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승강기가 망가지면 해당 역사가 책임을 지고 수리를 한다. 굳이 우리 공사가 승강기 고장 여부를 파악하는 자료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박 시장의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박 시장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