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4)이 추진해 만든 제주항공이 창립 10주년을 맞으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54년 서울 영등포에서 비누공장으로 시작한 애경그룹이 1993년 애경백화점으로 유통업에 진출한 후 2005년 항공업, 지난해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을 개관하며 호텔업 등 사업다변화를 통해 100년 기업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LCC 최초로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채 부회장의 선견지명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액 6400억원과 영업이익 36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5일 애경그룹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 부회장과 제주도 측의 추진으로 2005년 1월 설립됐다.
채 부회장의 부친이자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 채몽인 명예회장이 제주 출신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한성항공의 후발주자로 출발해 국내 1위 LCC를 달성하게 된 제주항공은 이제 동북아시아 제1의 LCC를 꿈꾸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강 체제인 국내시장에서는 3대 항공사로 진입해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제1의 LCC로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 빅3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제주항공이 처음부터 순탄한 하늘길을 난 것은 아니다.
설립 당시부터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쳤고, 그거보란 듯이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주위의 비웃음을 샀다.
그 사이 채 부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최대 고비를 겪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단호한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 제주항공에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하며 매제인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56)과 함께 비상을 준비한 것이다.
이 같은 믿음의 결실로 이륙한 제주항공은 점차 고도를 올리고 있다.
2011년 적자 탈출 이후 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기록한 295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1% 증가한 규모다.
매출은 2010년 1575억원,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등 5년간 연속해서 천억 단위 앞자리를 바꾸며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웃었던 업계 안팎에 여 보란 듯이 속 시원한 비행을 선사한 셈이다.
지난해 보잉 737-800 항공기 4대를 추가 도입한 제주항공은 올해도 4대를 늘려 기단을 21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국제선을 7개국 18개 도시 25개 노선으로 확대하면서 4개 국내선을 포함해 총 29개의 국내외 노선망을 갖출 방침이다.
제주항공의 올해 최대 과제는 유가증권 신규상장이다.
사측은 지난해 말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다음달 상장심사를 증권시장에 청구할 예정"이라며 "IPO 시기는 상장주관사와 결정해야겠지만, 중반기가 됐든 하반기가 됐든 올해 안에 상장한다는 최종 계획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