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안정화? "빚내라는 건데 그마저도 어려워"
대학가는 요즘 개강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특히 입학을 앞둔 신입생과 타지에서 온 재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가에서는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월세 시대에 발맞춰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월세로 돌리고,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높여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의 유입도 많아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달려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11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이문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 당 356만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반면 전세가는 252만원을 기록해 지속적으로 올랐다. 흑석동 아파트 1㎡당 전세 시세도 지난 6일 기준(한국감정원) 464만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50만원 가량 상승했다.
대학가 세입자들은 가격이 올라도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는 입장이다. 대학가는 월세액 변동이 잦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다보니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에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문동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박모씨(32)는 "작년까지 전세로 살다가 올해 월세로 전환했다"며 "월세가 부담이 돼 전셋집을 알아 봤는데 2년 전과 비교해 가격도 올랐지만 일단 전셋집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흑석동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낫다.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흑석한강푸르지오나 센트레빌 등에 전세 물건이 꾸준히 있으나 월세가 훨씬 많다"며 "대학 수요에 전세난 분위기까지 겹쳐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많이들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아예 주택을 구입해 싼 가격으로 세를 놓거나 연 2% 고정금리 장기 주택담보대출, 주거안정 월세대출 등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나섰다. 직장인들의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말정산 시 월세에 대한 공제도 확대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다 빚이고 그마저도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출시한 주거안정 월세대출의 취업준비생 부모소득기준을 3000만원 이하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월세대출 첫 달 실적이 저조해 수급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신림동에 사는 김모씨(30)는 "집주인 눈치에 월세 공제를 받지 않았다"며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몇십만원 받으려다 더 크게 당할 수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월셋집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집주인"이라며 "이사를 간 후에 더 낸 세금에 돌려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씨의 말처럼 집주인과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경정 청구를 통해 세금을 받을 수 있다. 경정 청구는 5년기한으로 과다하게 낸 세금을 돌려받는 행정절차다. 2015년에 납부한 2014년치 세금에 대해 2020년까지 신청할 수 있다.
나인성 위드피알 리서치팀장은 "집주인은 자신의 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대부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세입자를 골라 받더라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은 권리 행사를 담보로 전월세 가격을 조금 낮추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