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행의 수익성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대기업 대출 위주인 우리·외환은행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외환은행만이 적자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4분기 1630억원의 순손실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대한전선 주식 보유분에 대한 감액 손실과 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 배상금, STX조선 추가지원, 동부건설 법정관리로 충당금 적립의 영향으로 손실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기준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20조2257억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분기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향후 경기불확실성에 대비한 적극적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연간기준으로 볼때는 전년대비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했고, 민영화 관련 법인세 환입(6043억원) 효과도 있었다"며 "작년 연간 순익은 1조2140억원으로 지주사 체제였던 2013년 37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641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보다 17.8% 감소한 것으로 작년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하다.
그간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조6525억원, 2012년 6671억원, 2013년 4443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모뉴엘 대손비용 682억원과 외환파생 관련 손실이 전년보다 912억원 증가해 순익에 영향을 줬다.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으로 16조9350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그룹 또한 모뉴엘 대손비용과 대한전선 주식 손상차손 등으로 일회성 손실이 발생하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9377억700만원)이 전년대비 0.41%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320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국민은행(1조290억원)보다 앞선 것으로 대출 연체율 또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0.48%로 낮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7조3000억원(6.7%) 오른 116조1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22.6%)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연간 실적은 기술금융 등 중기대출 지원 확대와 저원가성예금 증대를 통한 조달구조 개선, 일반관리비 감소 등에 따라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며 "올해에도 기술금융을 선도하고 핀테크 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한편, 내실성장 지속, 신채널 전략수립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신한금융지주는 연간 당기 순이익 2조 811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대를 탈환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의 원화자산 성장이 기업, 가계 등 전 부문에서 고르게 나타나면서 연간 8.8% 증가했다"며 "차별화된 리스크관리가 주효해 그룹과 은행의 대손비용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관리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 급증했다.
다만 은행 순익의 상당부분은 대손비용 감소와 부동산 규제완화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에 의한 것으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7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