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 중심 최고연봉자 김태균 등 혹독한 훈련…"올해는 다를 것"
프로야구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프로야구 최고연봉자 김태균(33)을 비롯해 정근우(33)·유창식(23)·최진행(30)·이용규(30)·송창식(30) 등 팀의 주춧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야신' 김성근(73) 감독이 있다.
1969년 마산상고 사령탑으로 시작된 김 감독의 46여 년 지도자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OB베어스 코치를 맡으며 프로와 인연을 맺은 뒤 태평양·삼성·쌍방울·LG·SK에 이어 한화까지 프로에서만 7개 구단을 거쳤다.
쉽게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 탓에 구단 프런트와 갈등을 빚은 경우도 있었지만, 야구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고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팀을 늘 정상에 올려놓았다. 프로팀 감독을 맡을 때도 그랬고, 오갈 곳 없는 선수들을 모아 구성한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날 때부터 잘난 사람은 없다고 본다. 피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뒤지게 마련이다.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생기고, 최선을 다하면 기회라는 녀석이 자주 찾아온다."
이 같은 인생관은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또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마지막 한 톨의 힘까지 쥐어 짠다.
현재 한화 선수단은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선수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선발대가 먼저 숙소를 나서면 본진이 30~40분쯤 후에 합류한다. 본 훈련은 오전 7시 시작돼 쉼 없이 돌아간다.
정신없이 훈련을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지만, 훈련이 길어져 점심을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허겁지겁 뛰어야 한다.
지독한 훈련에 한화 선수들은 요즘 청백전이 시작돼 행복하다고 한다. 공수가 바뀔 때 잠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9시가 되면 모든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은 숙소에 들어와 바로 곯아 떨어진다. 정근우는 "조금이라도 더 자기위해 빨리 씻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해 잠을 뒤척이는 법도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옥 훈련'에도 선수들은 불평없이 김 감독을 믿고 따른다. 야신의 훈련에는 스타라고 예외가 없다. 묵묵히 그의 훈련을 따르다 보면 시즌에 들어서 성적으로 보답한다.
미국식 자율야구에 익숙한 용병들은 이런 훈련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용병이라고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며 얼마전 나이저 모건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군기 빠진 용병에 대한 경고성 벌칙이다.
바짝 머리를 자르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김태균은 "살면서 이렇게 훈련해보기는 처음"이라며 "하지만 선수단 모두 불평없이 감독님을 따르고 있다. 분위기는 최고"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올해 김태균은 프로야구 최고연봉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성적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다.
야구전문가들은 점차 한화를 올시즌 '타크호스'나 '변수가 있는 구단'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만년 꼴찌에 길들여져 있는 한화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
한화 투수 임경완을 지도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