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 재건축 발 서울 전세난 해결책이 시간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한꺼번에 이주시기가 몰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전셋값 오름세에 덩달아 매매가도 뛰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까지 겹쳐 '전세 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4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셋값이 한 주 사이 0.26% 상승한 가운데 서초구가 0.77%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올 해 서울지역 전세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해 9월 '2015년 강남4구 재건축 집중 전세난 4대 대응책 발표'와 함께 강남·강동·서초·송파 지역의 재건축으로 2만4000호 이주물량이 집중될 것을 예상한 바 있다. 시는 특정시기에 이주물량이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했으나 계획처럼 돼 가지는 않아 보인다.
조합 등 재건축단지 현장 분위기와 전문가들은 이주시기 조정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준비 단계부터 이주시기 계획을 잡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이주시기를 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재건축 이주 수요 절대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주시기만을 분산시키는 것으로는 전세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재건축도 사업인데 임의 조정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시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 전세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망에도 "지역이 문젠데 가격대에 맞는 집이 강남 4구에서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세 수요자들이 학교나 직장 등 생활 반경을 벗어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에서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지난 9월 '4대 대책' 발표 이후 추가적인 전세난 극복 방안으로 강동구에 현장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이주 시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정도다. 자치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지만 구별로 여건이 달라 쉽지 않다는 게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융비용, 사업 장기화 문제 등 사실 이주시기 조정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 때문에 고민하는 눈치다. 현장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인데 별다른 지원책 없이, 실제적인 인센티브 없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주시기 조정은 강제성도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이주시기조정위원회 심의결과를 구청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이주 시기 조정을 요청받은 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하지만, 일종의 권고 개념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시 관계자는 "법제화를 통해 이주시기 조정의 근거는 마련했으나 이를 현실적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자율적인 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1원칙이다. 법적 근거로 수단은 있으니 시장흐름에 크게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위적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