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배당을 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주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3013억원의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배당액인 1931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주당 배당액은 780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주당 650원에서 올해 주당 950원씩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배당총액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2%에서 21.6%로 크게 확대됐다.
지난 2년간 배당을 실시 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은 올해 공적자금 상환 등을 위해 1주당 최대 700원~750원 수준의 배당액을 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주당 배당액이 100~250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번 배당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예보 등 주요주주와 협의 후 늦어도 3월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배당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25.3% 였던 배당성향을 올해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카드는 작년 700원이던 배당을 1000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은행들의 배당성향 확대 움직임은 순이익이 증가한데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 세제' 등 정부의 배당 확대 독려와 내수진작 등을 위한 취지로 보인다.
앞서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배당 성향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올해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또한 "정부가 소비활성화 측면에서 배당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배당 친화적 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배당 우수기업 지원과 우대를 골자로 하는 'KB금융 배당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배당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67.9%)·하나(69.1%)·KB·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70%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100%며, DGB금융지주는 72.6%에 달한다.
이에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당연하다는 주장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란'과 같은 국부유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투자자와 대주주"라면서 "국부유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학계와 정부가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외국인 지분 비중이 높다 보니 그동안 배당에 대해 국부유출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배당 확대로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가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