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에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약관에 명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지난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사망시 일반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을 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지난해 3월 박씨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박씨 등이 소송을 내자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이 약관도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보험가입 2년 뒤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보험사들이 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약관을 수정했지만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 나온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같은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