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3일 최근 논란이 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관련 발언에 대해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외교"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본심은 셔먼이 얘기를 하고, (작년 방한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강도높게 거론한) 오바마 대통령은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며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셔먼 차관의 발언이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미국 국무부의 해명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전 장관은 "아베의 방미를 앞두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일본의 양보도 얻어내고 한·미·일 반중(反中)통일전선을 확실하게 구축하자는 계산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국회에 출석해 "미측에서 과거에 밝혀온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을 1차적으로 확인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미국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이런 식으로 편들면 안 된다는 얘기를 우리 정부가 해야 되며 미국 정부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는 중국과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 서열 3위의 고위관리인 셔먼 차관은 지난 1월 말쯤 한중일을 잇따라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는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계속해서 이 담화가 집행되기를 희망한다. 어느 누구도 역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한국과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의 소위 '위안부 여성'과 관련해 일본과 다퉈왔다"며 "역사교과서 내용 및 심지어 해역 명칭에 이르기까지 의견 불합치가 있는데 이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좌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민족적 감정이 이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도발은 진전(progress)이 아닌 마비(paralysis)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