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각종 규제로 미·영국 부동산 자산 비율 절반에도 못미쳐
미국·영국 보험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국내 업체는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있어 부동산 투자 촉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지난해 글로벌 보험사 CFO·CIO 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향후 전통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 중에서도 부동산펀드, 부동산 담보대출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영국계 푸르덴셜의 투자운용 자회사인 M&G는 2013년부터 2014년 사이 장기임대계약 매물에 집중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에 총 9억 파운드를 투입했다. 또 상업용 오피스에서 상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투자를 다각화하고 있다.
네덜란드계 ING 투자운용은 보험사 NN(Nationale-Nederlanden)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7억5000만 유로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독일계 생명보험사인 알리안츠도 2013년 이후 고속도로, 경기장, 대체에너지 개발 등 대체투자 사업에 4억 달러를 투자했다.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 보험업계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투자액은 지난 2013년 기준 6658억 달러(한화 약 732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중국업체도 국내외에서 부동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2대 생명보험사인 평안(平安)보험그룹은 지난 2013년 7월 독일상업은행 부동산 그룹 산하의 한 펀드로부터 영국 보험그룹 로이즈(Lloyd′s)의 런던 오피스 빌딩을 매수했다. 중국 양광(陽光)보험은 지난해 10월 호텔체인업체 스타우드그룹과 4억6300만 호주달러(약 4417억원)에 호주 시드니에 있는 쉐라톤온더파크 호텔을 인수했다.
같은 기간 중국 안방(安邦)보험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약 2조800억원)에 사들였다.
반면 국내사들의 부동산투자는 현재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산 전문컨설팅 그룹인 CBRE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은 2.4%에 불과해 미국(6%)과 영국(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부동산 투자가 미미한 이유로는 각종 금융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보험업법 시행령 제 49조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부동산 투자는 업무시설용과 투자사업용으로 엄격하게 구분돼 있다. 투자용 부동산의 경우 사실상 공공성 사업으로 제한되 있는 것.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규제 시 적용되는 위험계수는 부동산 직접투자의 경우 6%, 부동산 간접투자는 주식과 동일한 12%가 반영되고 있어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경우 보험회사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주택사업, 신사옥 건설 프로젝트, 요양사업 등 다양한 부동산 수익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 2012년 10월부터는 해외 부동산투자를 허가하고 부동산 투자 제한요건도 현행 자산 20%에서 30%로 확대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보험업계가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률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부동산투자를 통한 수익 확보도 한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채권수익률에 준하는 안정적인 장기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 목표 수익률과 물건별 특성에 따른 차등화된 위험계수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