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터미널, 무려 1년3개월 간 공항에서 숙식…정식 난민 신청 /네이버 영화
한국판 터미널, 무려 1년3개월 간 공항에서 숙식…정식 난민 신청
영화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그려낸 작품이다.
A 씨는 지난 2013년 11월 내전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인천공항에 도착,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 씨의 입국을 불허하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하지만 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씨의 입국을 불허하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영어에 서툰 A씨가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A 씨는 항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를 선임해 기나긴 소송전을 시작했다.
환승구역 내 대기실은 한 번 들어가면 출국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사실상 구금시설이었다. 당시에는 침구조차 갖추지 못했다. 그곳에서 A 씨는 치킨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운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인천지법은 작년 4월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없는 위법한 수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그제야 A씨를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무려 5개월 만에 풀려난 것.
20여일 후 당국은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는 A씨의 입국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나왔다.
난민 지위를 얻으려는 A씨의 고군분투는 입국 후에도 계속됐다.
그의 노력은 서울고법이 올해 1월 말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 판결은 당국이 상고를 포기해 최근 확정됐다.
한국판 터미널 A 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