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매입형 임대주택의 공급 실적을 채우기 위해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으로까지 범위를 확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입형 임대주택이란 서울시가 주택을 직접 매입해 저소득가구에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 중 하나로, 올 한해 다가구·다세대주택 15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가구·다세대주택 1차 공급은 3월 한 달간 주택 소유자에게 매도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친 뒤 4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한 해 매입 목표는 1500호지만 실제 신규 공급은 1500호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이전에 매입 계약은 체결됐으나 입주민을 만나지 못한 주택을 포함한 수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에 매입된 다가구·다세대주택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1254호와 1010호로 목표였던 1500호에 한참 미달된 바 있다. 접수된 물건 자체는 목표치를 넘겼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건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그 이유로 "시에서 매입하려는 가격과 집주인이 매도하려는 가격차가 큰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품질이 워낙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이 맞지 않아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고, 주택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가격과 품질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3년간 7327호의 다가구·다세대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는 데 있다. 1년 평균 563호를 매입한 것으로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을 의식한 듯 서울시는 주거환경이 열악해 그동안 매입을 자제했던 정비사업해제구역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시의 의도대로 10일 현재 접수된 다가구·다세대 매도 신청이 1500건을 넘었다. 이는 원룸을 배제한 수량으로 모집 공고 1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성적이다. 시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시장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며 "지난해에서 이월된 매입 목표 수량까지 더해 올해는 약 2000호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물량들이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정비사업해제구역에 대해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불량 주택이 많아 종전까지는 매입에서 배제했던 구역"이라고만 밝혔다.
함영진 부동산114 본부장은 "뉴타운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길게는 30년 이상된 노후 빌라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이런 물량을 매입했다면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수리까지 다 해서 내놔야지 그렇지 않으면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