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0일 "현 시점이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저금리와 고령화, 금융과 IT 융합 등 금융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음에도 금융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 금융이 더욱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위기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할 적기(適期)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금융개혁을 완수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이를 위해 임 후보자는 ▲금융당국 역할 변화 ▲실물지원 기능 ▲금융산업 경쟁력 ▲금융시장 안전성 확보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일일이 간섭하던 코치에서 관리하고 키워가는 '심판'으로 역할을 바꿔나가겠다"며 "금감원과 현장점검단을 구성해 자율책이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KB금융지주에서 불거진 사장과 은행 감사 선임 관련 외압설을 지적하자 "민간 금융사가 전문성 있는 사람을 쓰도록 외부기관의 부당한 인사 압력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냐는 질의에 "취지에 공감한다"며 민간 은행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물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술금융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금융회사 내부 시스템으로 안착 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남은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 사모펀드와 모험자본 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 "금융산업 생태계 조성…가계부채 종합대책 내놓을 것"
핀테크 등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우선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임 후보자는 "금융사와 핀테크업체, 정부 모두 각자의 기술이 결합·이용될 때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할지 모른다"면서 "업계와 금융사 정부 간에 긴밀하게 교류하는 등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선 "도입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별도의 연구팀을 만들어 작업 중에 있다"며 "인터넷 은행 설립방안을 6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산분리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되 인터넷 전문은행이 작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이때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보완 방안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한편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틀도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규제 전체를 유형화(Category)하고 영업 규제와 과도한 건전성 규제는 국제 기준과 금융사의 역량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부임 후 종합 대책을 내놓는 등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도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잘랐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관련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관리와 함께 토지나 상가대출, 2금융권의 비주택대출 등 미시적·부문별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또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 결국 문제"라며 "저소득층 맞춤형 대책 등 계층별 대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활성화 차원의 거시적 대응도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정책적 공조을 강화하고 금융사의 상환능력 평가 관행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외환·하나 통합 합의 우선…위장전입·다운계약 '송구'"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순익이 많이 나는 만큼 대출금리와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답변했고 "체크카드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낮아지는지도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학생·청년이 학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금리를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부가 이런 부담을 줄이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노사 합의가 이뤄진 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후보자는 "노사간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최근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노사간 합의가 없으면 당국의 통합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선 "우리은행은 신속하게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매각 방식을 공론화하고 우리은행의 가치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금융보안원을 조속히 설립해 금융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만들어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것이라는 정책 방향도 설명했다.
한편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등 신상문제에 대해선 시인하며 사과했다.
임 후보자는 서울 여의도 소재 아파트를 매매하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공인중개사에게 아파트 매매를 일임해 정확한 신고가액을 챙겨보지 못했다"며 "철저히 챙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앞서 임 후보자는 지난 2004년 3월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를 6억7000만원에 매입했지만, 2억원을 신고했다. 이에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0%를 다운한 것은 사실상 범죄"라고 지적했다.
위장전입한 사실에 대해선 "당시 재무부 직원주택조합을 통한 주택청약을 위해 잠시 주소를 이전한 것"이라면서 "이유를 떠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곳으로 주소지를 옮긴 것은 사려깊지 않은 처사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